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과 같이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찰보리가 재배되어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974년 5월 당시 농촌진흥청 시험국장 이정행 박사가 ASPAC/FFTC의 후원을 얻어 일본의 보리 유전학자 다까하시류헤이(高橋隆平) 박사를 초청하였고 15일에는 작물시험장 맥류포장을 관찰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그 무렵이 바로 허문회박사(전 서울대 교수)가 통일벼에 찰성 인자를 도입, 통일쌀의 밥맛 개선에 성공하여 화제가 된 시기였다. 그래서 다까하시 박사에게 "보리에는 찰보리가 없느냐"고 질문하였더니 놀랍게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후 그는 귀국하여 우리나라 재래종인 마산과맥(馬山과麥)과 일본 재래종인 요네자와모찌 등 7품종의 찰보리를 보내왔다. 이 품종들을 이용하여 찰보리, 찰쌀보리, 새찰쌀보리, 흰찰쌀보리가 육성되었다.
보리가 주식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던 1965년경에 찰보리가 육성되었더라면 크게 각광 받았을 것인데 찰보리 육성 시기가 늦은 것이 유감스럽다. 그러나 오늘날 식용보리는 찰보리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토종품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마산과맥, 요네자와모찌등 찰보리 유전인자를 가진 품종들이 있었기에 찰쌀보리와 같은 보리밥 맛을 개선한 획기적인 품종이 육성되었다. 중국에서 수집한 木石港3호라는 토종이 있었기에 호위축병 내병성 품종을 육성하여 호위축병이 만연했을 때 위기를 모면했다. 또 인간이 만든 신작물이라는 찰밀도 白火(baihuo)라는 중국 토종을 수집해 두었기에 찰밀 육성이 가능하였다.
- 하용웅 글
- 유전자원 연구 20년
- 농촌진흥청 종자은행
- p185 ~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