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작물 65

고추의 매운 맛 캡사이신, 새들의 먹이로 진화

포유류와 조류의 캡사이신 민감도 차이는 고추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애리조나 남부의 야생 고추로 실험했더니 새들은 익은 고추를 먹고 씨앗을 발아 가능한 상태로 배설하지만 설치류는 익은 고추를 건드리지 않았다. 고추를 맛본 적이 없는 설치류는 캡사이신을 만들지 못하는 품종을 먹었지만, 똥 속 씨앗은 부서져 발아할 수 없었다. 따라서 캡사이신은 설치류가 고추를 먹어 씨앗을 망치지 못하도록 하되 씨앗을 퍼드려줄 조류는 쫓지 않는 선택적 퇴치제다. 캡사이신은 고추속(屬)에만 있지만 모든 고추속 종이 매운 것은 아니며 심지어 같은 종 안에서도 매운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이를테면 고추의 재배품종은 전혀 맵지 않은 피망에서 지독하게 매운 청양고추까지 다양하다. 캡사이신 유무를 좌우하는 것은 Pun1이라는 유전자 하나지..

기타 작물 2020.10.01

육식과 후추 그리고 고추, 한국요리에 매운 고추가 도입되는 과정

한국에서 육식이 일반화된 14,15세기경부터 후추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같은 매운 맛의 향신료인 고추의 사용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럼 후추 이전에는 어떤 향신료가 쓰였을까? 문헌을 확인해보니 산초, 생강, 자소, 겨자, 여뀌, 미나리 등이 보인다. 일본어에 "벌레가 매운 여뀌를 먹는 것도 제 취향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여뀌가 향신료로 쓰였다니 흥미롭다. 여뀌는 김치에 넣기도 하고 향신료나 조미료로 쓰기도 했다. 고려시대 이규보의 시, 《여뀌꽃에 백로(蓼花白露 요화백로》에 등장할 정도로 일반적인 채소였다. 산초도 흔히 사용되었다. 한자로는 천초(川椒)로 쓰며, 생선요리 특히 추어탕과 같은 민물요리에는 지금도 산초가 쓰인다. 김치에도 산초를 넣은 기록이 있다. 17세기 말경에 간행된 요..

기타 작물 2020.09.14

도스토예프스키와 양파 한 뿌리의 선행 이야기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 나오는 우화다. 소설 속 사악한 여인 그류센카가 표도르의 아들 알료사를 만나 자기 혐오와 회의, 마침내 참회와 구원에 이르는 과정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옛날 러시아에 심술굿고 인색한 한 여인이 있었다. 어느 날 이 여인이 그만 죽었다. 얼마나 사악했는지 살아생전 한번도 선행을 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죽자마자 악마들이 이 할머니를 지옥의 불바다 속에 던져 버렸다. 그런데 할머니 수호천사는 할머니가 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는 걸 보았다. 너무 불쌍해서 신에게 연민의 간청을 하였다. “저 할머니가 불쌍한데, 살려주십시오.” 이에 신은 “그 할머니가 살아생전에 착한 일을 단 한 가지라도 했다면 고려를 해보겠다”고 답하였다. 수호천사는 그녀를 구원할 무슨 ..

기타 작물 2019.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