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바닷길의 등대 역할을 했다는 오서산....
인근 학교의 교가에 꼭 나오는"오서산 우러러~~ 높은 이상을 품고.."
설날이 되어 오서정을 눈꽃으로 꾸며놓고 고향으로 돌아온 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등고자비(登高自卑) : TV 광고에 나오는 말이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오른다" 즉 천리길도 한 걸음 부터이다.
오서산도 저와 같다.
한발 한발이 땀으로 흘르지만 오르고 오르다 보면 오서정에 다다른다.
멀리서 바라본 오서산 모습이 안개속에 갖혀 있을 때 기필코 가 보리라 다짐했다.
역시 오서산은 환상 그 자체 이었다.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낮은 곳은 눈이 녹아 상상이 가지 않았겠지만 오르고 오르면 오서산의 눈꽃을 보리라.
서해안의 바닷가를 넘어온 눈바람에 오서산은 흰백의 옷으로 단장하고 세월을 기다리고 있었다.
낮은 소나무가 눈보숭이를 보여주는 곳이다.
곧 햇빗에 사그러질 운명이겠지만 눈 내리고 바람 불면 수고한 이에게만 보여주는 설경이다.
오서정에 잠시 머물다가 보령이 보이는 저 끝까지 걸어가야 한다.
무릎높이로 빠지는 곳도 있고, 울툴불퉁 일정하지 않은 눈길에 힘들게 걸어야만 햇다.
발 아래 억새도 눈꽃을 피웠다.
가을날 축제로 사람들을 불러모았을 억새가 겨울을 나고 있었다.
억새는 갈대가 그리워 오로지 바다를 향해 있엇다.
오서산을 알리는 표지판도 눈이 오고 바람이 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바람에 눈이 몰려 있고, 길을 덮었으나 누군가는 이 길을 처음으로 걸었을 것이다.
누굴까? 하얀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내어놓은 이?
하늘이 뿌엽게 있으니 눈꽃이 있는 것이다. 눈꽃은 햇빛을 좋아하지 않는다.
새벽에 산에 오른 이와 눈오고 바람부는 날 산에 간 이에게만 보여주는 광경이다.
같이 걷고 싶었다. 이 행운의 길을~~~
억새가 사는 땅엔 바람이 지나가지만 바람이 잦아들고 나무에 눈꽃이 피었다.
그 사이로 오롯이 길이 나 있다. 같이 걷고 싶었다.
비록 흐린 하늘이지만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두껍게 핀 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파랑하늘도 눈꽃핀 나무와 같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오서정에서 보령쪽으로 한정없이 걷다보면 이런 눈꽃터널이 계속 이어진다.
울퉁불퉁한 눈길에 힘들고 비틀거리지만 환상적인 맛에 취해 그래도 걷는다.
다행인 것은 바람이 멈추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저기 보이는 저수지는 아마 화신리 저수지일 것이다.
맑은 날에 보면 저 들녘이 가슴에 폭 안길 것 같다.
오서산이란 정상석이다.
오서산엔 정상석이 여러개이다.
아마 차가 정상까지 접근할 수 있어서 정상석이 크고 여러개일 것 같다.
뽑아져 팽개처진 정상석도 보았는데.... 해발 790.7m~~~~~
저 끝에 다시 돌아가야할 오서정이 보인다.
멀리 아득하지만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걷다보면 끝에서 끝으로 갈수 있다.
수고해야만 오서산이 주는 조망과 풍경을 만끽할 수 잇다.
눈꽃터널만 보면 좋아라 한다.
눈꽃터널 사이로 새로운 발자욱을 남기며 이리저리 들어가 본다.
아늑한 곳에 잠시 서성인다.
그리고 홀로임을 깨닫고 가야할 길로 나온다.
함박눈 오는 날을 상상해 본다.
파랑하늘이 지나가면 더욱더 환상일텐데.....
안면도 바다로 빠져드는 저녘노을을 상상해본다.
꾸불꾸불 바다로 길어가는 물길이 붉게 붉어질 때 억새는 어둠에 잠길 것이다.
붉게 물든 들녘과 바다를 꼭 보리라.................
바람이 부는 날 눈이 내리면
산에서는 길이 먼저 하애지고
들에서는 언덕이 먼저 하애졌고
마을에서는 지붕과 나무가 먼저 하애졌다.
- 김훈 글, 남한산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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