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문인들은 웬만한 병중에는 자가 처방으로 다스릴 만큼 의약지식을 교양으로 삼았고, 이와 맞물려 약초 재배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시문에는 여러 종류의 약초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다음은 서거정이 의원에게 맥문동을 요청하는 시다.
노병이 얽힌 데다 소갈증까지 또 어찌하나?
긴긴 날에 수시로 차 끓이기만 좋아한다네
날 위하여 맥문동탕을 마시도록 보내주오
늙은 동파를 배워 심장 틔우고 위장 다습하게 하려네.
老病纏綿抱渴何 (노병전면포갈하)
日長時復愛煎茶 (일장시부애전다)
殷勤爲借門冬飮 (은근위차문동음)
暖胃開腸學老坡 (난위개장학노파)
-「차 전의에게 맥문동을 요구하다 (求麥門冬於車典醫 구맥문동어차전의)」 『사가집』권20
맥문동은 진액을 보하는 대표적인 약으로 마른기침, 각혈, 가래, 해수에 쓰이며, 갈증, 소갈 및 변비에도 사용되는 한약재다. 또 가슴이 답답하고 팔다리를 가만두지 못하는 증상과 불면증에도 사용된다. 용도가 다양한 약초가 바로 맥문동인 셈이다. 서거정은 소갈증(당뇨)이 있어 수시로 차를 마시며 병증을 다스려 보지만, 약효가 좋은 맥문동탕을 먹어보고자 한 것이다.
소식(蘇軾)의 시 「자다 일어나, 미원장(미불)이 더위를 무릎 쓰고 동원에 이르러 맥문동 음료수를 보내왔다는 말을 듣고서 睡起聞米元章冒熱到東園送麥門冬飮子 수기문미원장모열도동원송맥문동음자」를 보면,
"베갯머리의 맑은 바람은 가치가 만전인데,
아무도 북창의 낮잠을 사려는 사람이 없구려.
심장 틔우고 위장 다습하게 하는게 맥문동탕인데,
이것은 바로 동파가 손수 달인 거라오"
一枕淸風直萬錢 일침청풍치만전
無人肯買北窓眠 무인긍매북창면
開心暖胃門冬飮 개심난위문동음
知是東坡手自煎 지시동파수자전
라 읊었다.
서거정은 이 시를 멋들어지게 인용하며 의원에게 맥문동을 부탁하고 있다. 심장의 피를 잘 돌게 하고 위장을 따뜻하게 하는 맥문동의 효능은 옛 문인들에게는 의학 상식이었던가 보다.
- 한시 러브레터 -지은이 강혜선 - 펴낸곳 (주)도서출판 북멘토 - 1판 2쇄 발행일 2015년 12월 7일 - p207~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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