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은 남쪽에 위치한 산을 뜻하지만 그 의미는 상당히 깊다. 전통시대의 남산은 관청을 중심으로 설정한 개념이다. 그래서 전국 어디든 남산이 존재한다. 서울의 남산은 도성 남쪽에 위치한다. 남산은 '목멱산木覓山' 이라 불렀다. 조선 태조太祖는 이조에 명해 백악白岳 (북악산)을 진국백鎭國伯으로, 남산을 목멱대왕木覓大王으로 삼고, 경대부卿大夫와 사서인士庶人은 제사를 올릴 수 없도록 했다. 목멱대왕은 나라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내기 위해 산신령을 모시는 신당이며, 곧 목멱신사木覓神祀 혹은 국사당國師堂이었다. 아울러 남산은 전국에서 올라오는 봉수烽燧의 종점이었기 때문에 종남산終南山이라 불렀다.
조팽년은 남산을 의미하는 '목멱'을 목밀木蜜, 즉 구기자로 보았다. 조팽년에 따르면 남산을 목멱산이라 부르는 것은 이 산에 구기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조팽년의 이 같은 주장은 <목멱산부木覓山賦>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목멱산부>는 조팽년이 성균관 유생 시절에 지은 작품이다.
목멱산부
남산 덕분에 덕이 빛나고, 동해를 밀어서 기틀을 바로잡도다.
하나의 기운이 모인 곳, 다섯 장정이 뚫을 수 없도다.
여러 영광이 작은 언덕과 산기슭에 살면서 한 나라의 목구멍과 혀를 눌렀도다.
붕새가 바다에 목욕한 것을 맛보고, 향기로운 재물을 망질에서 받도다.
구기자를 생산해서 백성을 오래 살게 하고, 주나라의 보후와 신백 같은 자를 낳아 나라의 근본으로 삼았도다.
음남두이요덕 蔭南斗而耀德 탁동해이정기 托東海而正基
시일기지유결 是一氣之攸結 비오정지가착 非五丁之可鑿
열령거어강록 列靈居於岡麓 액후설어일국 扼喉舌於一國
건붕주어해욕 褰鵬咮於海浴 흠필분어망질 歆苾芬於望秩
산구기이수민 産枸杞而壽民 생보신이정방 生甫申而楨邦
조팽년은 남산을 조성왕조를 지키는 중요한 산으로 보았을 뿐 아니라 백성을 오래 살게 하는 대상으로 생각했다. 남산이 바로 구기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조팽년처럼 목멱을 구기자로 해석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 조팽년이 구기자를 백성의 장수와 관련해서 표현한 것은 구기자의 약효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가지과인 구기자의 약효에 대해서는 작자 미상의 《속신선전 續神仙傳》에 나온다.
중국 서진西晉 시대 주유자朱孺子라는 사람이 어린 시절에 도사道士 왕원진王元眞을 섬겼다. 그는 큰 바위에 거처하면서 늘 산에 올라 약초를 캐어 먹었다. 어느 날 계곡에서 나물을 씻으면서, 갑자기 언덕에서 작은 꽃을 닮은 개가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주유자가 이상해서 조금 뒤에 구기자나무 쪽으로 쫓아갔다. 주유자가 거처로 돌아가 왕원진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그러자 왕원진도 놀라 마침내 두 사람은 다시 엿보기로 했다. 그러자 두 마리의 개가 서로 뛰어놀고 있었다. 이에 두 사람이 개를 쫓았으나 개들은 다시 구기자나무 속으로 들어갔다. 주유자와 왕원진은 땅을 파서 두 그루의 구기자나무를 얻었다. 구기자나무의 뿌리를 보니 방금 보았던 화견(花犬)과 같았다. 그 뿌리는 세우면 돌과 같았다. 두 사람은 돌아와 그것을 씻어 삶아 먹었다. 그런데 잠시 후 갑자기 주유자가 앞의 산봉우리로 날아올랐다. 왕원진은 놀라 한참 동안 처다보았으나 주유자는 원진과 이별하면서 구름을 타고 가버렸다. 그래서 이 산봉우리를 동자봉童子峰이라 불렀다.
구기자는 예로보터 불로장생하는 나무로 알려졌다. 그래서 구기자를 하늘이 내린 정기, 즉 '천정 天精', 땅의 신선, 즉 '지선 地仙', 신선의 지팡이, 즉 '선인장 仙人杖', 신선의 장모인 서왕모西王母의 지팡이, 즉 '서왕모장 西王母杖' 등으로 불렀다. 당나라 유우석劉禹錫의 아래 시는 구기자의 이름과 특성을 모두 표현하고 있다.
초주 개원사 북원의 우물가 구기자나무
(楚州開元寺北院枸杞臨井)
절간의 약초나무는 깨끗하고 차가운 우물에 자라는데.
우물의 향천수는 영험도 하지.
검푸른 빛으로 돋아난 잎이 우물 벽을 감싸고
은홍색의 구기자 열매가 우물에 잘 비치네
무성한 가지는 본디 선인장이고
오래된 뿌리에서 다시 생긴 것은 상스러운 개의 형상이네.
아주 뛰어난 기능은 감로 맛이고
조그마한 양으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겠네.
승방약수의한정(僧房藥樹依寒井) 정유향천수유령(井有香泉樹有靈)
취대엽생롱석추(翠黛葉生籠石甃) 은홍자숙조동병(殷紅子熟照銅甁)
지번본시선인장(枝繁本是仙人杖) 근노신성서견형(根老新成瑞犬形)
상품공능감로미(上品功能甘露味) 환지일작가연령(還知一勺可延齡)
- 나무를 품은 선비 - 강판권 지음 -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미디어그룹 - 초판 1쇄 발행 2017년 6월 22일 - p145 ~ 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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