枸杞設(구기설)
1922년 임술 가을
내가 임시로 거주하는 公山(공산)의 콩˙마의 두메산골 토동마을.
주변 산들이 하늘에 떠 있는 듯 높고 계곡물이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곳에 허름한 집 몇 칸을 사서 살았다.
문 밖에 줄기는 흰색, 잎은 푸른 관목이 있었는데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이 산수유 같고, 붉고 윤기나는 것이 볼 만하였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구기자」란 것으로 약용으로 쓰인다 하였다.
말려서 모아 팔 수 있다기에 그해 수익을 물으니 20량은 될 듯한데 귀할 때는 엽전이 한 꿰미요 흔하더라도 7·80 文(문)은 된다 하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투리 땅에서도 그 이익이 이와 같으니 만약 재화를 늘리려면 이것을 버리고 무엇을 하겠는가?
곧바로 본초강목을 찾아 규명하니 신령스럽고 진기한 약재라 이에 뜻을 두게 되었다.
장차 번식시키기 위하여 모종하여 싹이 트는지, 땅을 옮겨 뿌리내리기를 시도하는 등 여러 차례 실험을 하였으나 모두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가지를 꺾어서 땅에 꽂아 두었는데 싹이 트면서 잘 자라는 것이었다.
마침내 고향 농장에 수만 가지를 심어 시험재배하였는데 하나 하나 뿌리가 뻗어 1년이 넘으니 크게 무성해져 연간 수천량이 수확되고 가격도 더 올라 귀해졌다. 이로부터 더욱 규모를 확대하여 수확량이 매우 많아지니 재화도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구기자의 생리와 성질, 효능을 연구하는 것이 바쁜 일과가 되지 않았던가?
그렇게 하는 사이 어느덧 30년이 지났구나! 그 동안 보는 사람마다 재배를 권하고 복용하게 하였더니 지금은 널리 나라 안에 퍼져 없는 곳이 없게 되었다. 근자에 구기자 재배하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약재상들이 구기자를 논할 때면 반드시 나를 칭한다고 하였다. 이에 나도 거리낌 없이 「내 뜻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대체로 구기자의 성질을 논해 보면, 옛말에 이르기를 맛은 달고 평온하고 독이 없으며 정기를 보충하고 골수에 좋다고 하였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맛이 달고 차서 음기를 보충하고 눈을 밝게 하며 풍을 낫게 한다는 등 그 설이 하나가 아니다. 나는 두 설이 득도 있고 실도 있으나 비록 큰 오류는 없더라도 오묘한 본질을 다 보지는 못한 것으로 본다. 본래 하나의 사물이라도 음양을 갖추고 있으므로 양 가운데에도 음이 있는 것이다.
구기자는 맛이 달고 부드러운 장과(漿果)이다. 맵고 달고 약간 따뜻하며 독이 없다. 살은 달고 씨는 맵다. 살은 음기를 늘리고 피를 보양한다. 씨는 양기를 돋우고 위기(衛氣)를 고르게 한다. 따뜻하고 속을 조화롭게 하므로 복용하기에 좋다. 다만, 속이 더부룩하여 내려가지 않을 때는 신온방(辛溫方)으로 보좌하면 음양을 서로 보하게 하는 완전한 방제(方劑)가 된다. 비록 내리지는 못하더라도 몸 자체에서 간장과 신장의 相火(상화)를 내리게 하니 이 또한 신기한 효능이다.
줄기는 맛이 쓰고 달며 차지만 독이 없어서 정기를 보강하고 눈을 밝게 한다. 또한 무릎관절에 이롭고 피부를 부드럽게 한다.
잎은 맛이 쓰고 달다. 약간 차지만 독이 없어서 신장의 기를 도우며, 술로 피로해진 간을 해독시켜 주는 데 차로 마셔도 된다.
뿌리는 맛이 쓰고 달며 차지만 독이 없어서 화기를 없애며 신장을 보양한다.
실로 그 효능을 다 기술할 수 없으니 참으로 세상에 진기한 보배로다.
이에 시를 지어 말을 전한다.
너는 일찌기 하늘나라 西王母(서왕모)의 仙人杖(선인장)이었더니
인간 세상에 잘못 내려와 구기자가 되었구나
음기 양기를 고르게 다스리는 효능이 있어
질병을 몰아내는 간성이 되었네
뿌리는 황색, 줄기는 백색으로 三台(삼태)의 기상이요
잎은 녹색, 열매는 홍색, 생사를 주관하는 태을(太乙)의 정기로다
千歲(천세, 구기자)는 원래 속된 사물이 아닌데
이 세상에 어찌 가지 하나를 남겼을꼬.....
이 비는
素軒(소헌) 朴寬容(박관용) 선생의 뜻에 따라
청양에 구기자 심기를 같이 해 온
청양군 운곡면 위라리 노인회의 권면(勸勉)에 따라 세워졌습니다.
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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