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이야기

청양 방기옥 고택 향원재와 한옥카페

산들행 2020. 11. 29. 09:13

청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칠갑산의 콩밭매는 아낙네와 천장호의 출렁다리이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가 있으니 방기옥 가옥 향원재와 한옥 카페 지은이다. 그런데 저 콩밭매는 아낙네는 왼손잽이 네....

 

청양 칠갑산 자락에 있는 천장호의 출렁다리는 진짜로 출렁거린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분은 후덜덜덜 건너야 한다. 예당호 출렁다리보다 백배 천배는 더 출렁다리 같고, 천장호 둘레에 데크로 산책로가 나 있으며 소원바위도 있다. 천장호에서 방기옥 고택까지 약 20km이고, 가는 길에 대치터널을 지나면 돌솥 비빔밥, 청국장, 구기자 막꼴리 등으로 유명한 맛집 바닷물 순두부 식당이 있다.

 

방기옥 가옥은 청양시내에서 남양면 방향으로 약 7km 떨어져 있다. 

주차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건물이 한옥카페 지은이다. 지은은 아마 방지은 이렸다. 지은 카페보다 방지은 카페라고 하는게 더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오른쪽에 67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고,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면 오래된 나무가 주는 신령스러움이 넘쳐난다. 이 은행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매년 정월 초이레(음력)에 은행나무제(향단제)를 지낸다. 신목이니 섬김을 받을 만 하다.

 

노랗게 단풍 든 은행나무는 섬김을 받들여질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한옥 카페 지은이다. 작은 카페지만 여기서 차를 주문하고 고택 방에서 차를 마시며 쉬면 된다. 카페 주인은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듯 앙증맞고 개성있는 소품 그리고 꽃들로 여기저기 장식했다.

 

지은 Cafe... 여기서 차를 주문하고 기다리다가 차가 나오면 작은 바구니에 담아 고택으로 이동하면 된다.

 

카페 내부 모습

 

지은 카페에 있던 국화 분재

 

한옥 카페 벽에 장식된 농산물과 소품.... 자세히 보면 이런 작은 볼거리가 도처에 있다.

 

방기옥 가옥으로 가는 계단..... 차 바구니가 조금 어색하다. 옛날식 찬함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안채로 들어가는 건물이 보인다. 벌써부터 고택이 주는 설레임에 잔뜩 기대된다. 천천히 걸으며 고택이 주는 옛스러움과 낯선 모습에 호기심을 즐기면 된다.

 

안채로 들어가는 튓마루에 장식된 소품... 이것을 장식한 사람은 미적 감각이 보통이 넘는 듯하다.

 

안채로 들어가기 전 왼쪽 벽에 보이는 농기구, 생활 도구 등 옛 것...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볼거리 이다. 

 

안채로 들어가는 문.... 대문에는 門迎春夏秋冬福(문영춘하추동복)이라고 쓰여 있다. '1년 내내 복이 문으로 들어온다’라는 뜻이다. 조상의 음덕을 바라고 후손의 축복을 기원하는 지방(紙榜) 붓글씨가 대문 이곳 저곳에 선명하다. 그리고 한국관광품질인증이라는 명패도 붙어 있다.

 

안채로 들어가면 정면으로 보이는 마루이다. 주련(기둥)에는 和氣自生君子宅 (화기자생군자택) 春光先到吉人家(춘광선도길인가) '평화로운 기운은 스스로 군자의 집에서 나오고 봄빛은 먼저 길한 사람 집에 이른다'. 心如碧海能容物(심여벽해능용물) 人似靑蓮不染塵 (인사청연불염진) '마음은 모든 만물을 능히 포용하는 바다와 같아야 하고, 사람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 푸른 연(청련)과 같아야 한다'. 좋은 말인데 이곳을 찾은 이들은 눈여겨 보지 않는 듯 하다. 

 

앙증맞은 키(치)에 자색옥수수 꾸러미가 넉넉히 담겨 있다.

 

작은 공간이라도 허투루 두지 않았다. 옛 쓰임새(어레미(얼맹이), 베솔, 키)와 화분으로 곳곳을 꾸며 놓았으니 보는 맛이 즐겁다.

 

사랑채에서 본 안채이다. ㄷ자 형식으로 구성되었는데, 왼쪽은 대문이고 오른쪽은 마루이며 가운데는 안채이다. 마당에는 우물터가 있다. 각 방마다 이름이 붙어 있고, 원하는 방으로 들어가면 된다. 방은 두명이 들어가면 좋을 만한 크기였고, 찻상이 있고 방석은 다섯개 이었다.

 

왼쪽은 안채에 붙어 있는 건너방이고, 오른쪽은 사랑채이다.

 

사랑채에서 본 은행나무.... 수호신이라도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을 넘겨다 볼 지언정 감히 범접하지는 않았다. 숙박하는 분들이 저 뜰에서 고기를 굽는 등 야간 행사를 즐기는 공간이다. 화덕도 하나 있다.

 

가을이 익어가는 계절에 사랑채에서 본 은행나무...

 

안채 끄트머리에 달려있는 건너방..... 왼쪽 창이 보이는 곳은 다락처럼 높은 곳에 만들어진 누마루이고 둘 정도 들어갈 수 있다.

 

행랑채에서 본 사랑채.... 행랑채는 하인이 기거하였고, 창고로도 이용된다. 이 곳 행랑채에 화장실이 있다.

 

사랑채와 행랑채 사이로 보면 집 둘레에 담장이 둘러져 있어 숲의 공간과 사람의 공간이 경계지어 있다. 그리고 장독대가 보인다.

 

장독대에 올라가 본 사랑채와 안채 모습.... 곳곳에 갖가지 화초가 심겨져 있으니 꽃 피는 시절에는 충분히 아름다울 것이다.

 

사랑채.... 이곳에서 차를 마시다. 

 

한옥 카페에서 가져온 차.... 쌍화차, 대추차 그리고 서비스로 주는 쪼가리 떡, 꿀, 과자...

쪼가리 떡을 찍어 먹을 수 있는 포크는 대나무 가지로 만들었다. 개성만점이다.

 

사랑채에 딸린 마루..... 여름에는 마루에서 차 마시면 엄청 운치 있것다.

 

오후에 가서 한참을 쉬고 즐기다 보니 어둑어둑해진다. 하나 둘 불이 들어오면 낮에 본 풍경과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콩밭 매는 아낙네가 사용했을 호미, 충청도 사투리로는 호맹이...

호미 모양이 조금씩 다른데, 박박 긁어서 풀들을 매는 호미와 딱딱한 땅을 파거나 뿌리채 뽑는데 쓰는 호미,,,,,,,,

호미에는 콩밭 매는 아낙네의 고난과 설움이 묻어있다. 

 

고무신..... 조선시대에는 짚신이나 가죽신이고, 말기 이후에나 고무신...... 나도 초등학교 내내 고무신 엄청 싣었는데... 

 

안채 마루에서 올라갈 수 있는 누마루..... 

 

이제 두루두루 구경하고 충분히 쉬었으니 지베 가야 할 시간이다.

이렇듯 부자들은 고풍스런 집을 지어서 길이길이 물려주고 후손들은 보존해야 한다. 그래야 문화재가 되고 고택이라도 남는 것이다.  콘크리트가 사방천지인 곳에서 벗어나 이런 고택을 찾아 차를 마시며 쉬니 그것이 참살이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