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리에서 올라간 묘봉 상학봉
2000년대 초 8월에 묘봉을 산행한 적이 있다. 직장에서 등산 간다기에 운동화에 도시락과 물만 챙기고 따라 나섰다가 8월 더위에 땀을 많이 흘려 고생한 추억의 산이다. 산행이란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체력만 믿고 준비도 없이 따라 나선 산이 바로 묘봉 산행! 묘봉의 아름다운 존재감을 그때 알았다. 보은은 처갓집, 법주사, 문장대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이 묘봉을 아이들 셋과 함께, 둘이서 두번, 여적암 쪽에서 혼자 한번, 드디어 오늘 다시금 시도했다. 왜 묘봉에 집착할까? 우선 문장대보다 멋있다. 아기자기 하고 다양하다. 그리고 입장료가 없다. 속리산은 화부터 난다. 주머니가 많이 빈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좀 지루하다.
대개 산외면 신정리에서 출발하여 원점으로 돌아온다. 단풍철에 아이들하고 갔을 때는 신정리 임도를 따라 끝까지 올라챈 후 산행을 시작했다. 가장 짧은 코스이다. 오늘은 크게 돌기로 했다. 계룡산에서의 무대포 정신은 반성이 덜 되었나 보다. 그냥 가 보는 것이다.
어제 마신 술은 3일째! 숙취와 울렁거리는 속으로 출발부터 죽을 맛이었다. 뒤집어 질려는 속으로 인하여 한참을 기어가다시피 하다가 땀을 흘릴 만큼 흘리고 물을 마시고 그러길 반복하니 서서히 체력이 되살아나고 속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안부까지 왔는데 활목재에서 오는 듯한 다른 두 팀의 산행 회원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어쩌다 보니 내가 그들의 틈에 끼어 이쪽 회원인지 저쪽 회원인지 모르게 같이 산행하게 되었다. 좋은 경치에서는 어김없이 디카를 꺼내들면서 정확히 문장대 가는 코스의 9배 줄거움(삼삼하니..)을 고스란히 담았다.
바위길로 줄을 타야 하고 바위문 틈의 개구멍도 통과해야 했다. 하나의 줄은 다른 줄로 이어져 줄줄이 줄을 잡은 후에 비로소 상학봉, 묘봉에 도달할 수가 있는 산이다. 9개인가........ 굵은 줄, 가는 줄, 긴 줄, 짧은 줄, 외줄, 쌍줄, 스프링으로 중무장한 줄, 끊어진 줄도 있었다. 다른 산행인의 팔이 덜덜덜, 줄도 덜덜덜 떠는 모습 가까이서 보는 것이 잼나기도 하다. 예쁜 언니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대롱대롱 거릴 때는 안타갑고 긴장된다. 줄타기로 인하여 유격훈련이 저절로 되고, 자꾸만 밀려오는 산행인에 긴 정체구간이 오래가며, 꽁딱꽁딱 뛰는 마음을 달래는데도 한참이다.
바위틈은 또 어떤가.... 작아서 간신히 빠져 나가는 곳도 있었고, 줄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 곳, 널널한 터널 같은 곳, 배낭을 벗어 머리에 인 후 배를 넣고 아주 날씬하게 몸은 만든 후 통과 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첫 산행에서 지팡이를 버리고 몸집을 간신히 통과할 수 있었던 가파른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쇠사다리, 나무사다리, 쇠다리, 나무다리, 오르고, 내려가고 흙길이었다가, 돌길이었다가, 시야가 확 트였다가, 숲이었다가.............. 소나무이었다가...... 활엽수이었다가........
속리산 자락의 산은 우선 소나무가 멋있다. 하나 하나의 소나무를 보노라면 어쩜 그리 예술적일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오랜 인고의 세월을 견딘 모습이 역력한 소나무! 바다는 섬과 어울려야 제 멋 이듯이 소나무는 바위와 어울려야 제 멋이다.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절경이 곳곳에 숨어있는 산 묘봉! 산이 주는 줄거움은 산에 투자해야 하는 땀보다 큰 값어치가 있었다.
(이 산에서 아쉬운 것은 이정표가 부실했다. 상황봉에는 비석으로 세운 표지석이 검색되는 데 팔매질을 해 버렸나 아크릴판만 돌아댕긴다. 이 봉우리가 무슨 봉우리인지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묘봉의 표지석은 또 어데로 갔나? 묘봉 산행 안내판이 빈약하다. )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산이 주는 줄거움을 만땅 담아 돌아오니 또 다시 이 골짝 저 골짝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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