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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농업투자의 문제점, 옥수수, 토양

산들행 2009. 8. 22. 10:21

캄보디아 농업투자의 문제점


  수 년 전부터 적지 않은 개인이나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농업투자를 위하여 애쓰는 모습을 보아왔다. 캄보디아는 농업에 적합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이 땅에는 아직도 드넓은 미개척지들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을 모두 보아야 하듯이, 장점들은 차치하고, 간과하기 쉬운 문제점들을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법규와 제도의 미비점을 들 수 있다. 명확한 법규와 제도가 명문화 되어 있다면, 초기 단계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겠지만, 캄보디아의 실정법은 그렇지 못하여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농업투자를 위한 국유지 조차 신청을 위한 절차는 지난 2005년 12월에 제정 및 공표된 법령, Sub-Decree 146ANK/BK에 의거한다. 하지만, 명문화된 하위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없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이 저마다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시행과정에서 수많은 혼선을 빚어낸다. 관련 법규와 규정들을 이해하고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숙고한 후 시작하여야 한다.


  다음은, 공무원들이다. 캄보디아의 고위공직자들은 뇌물수수와 이권개입 등에 이골이 난 상태이다. 또한 하위직 공무원들은 최소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급료 수준 때문에 생계형 부정부패가 몸에 배어있다. 조차 신청을 할 때 공무원들이 요구하는 소위 processing fee의 절대금액이 영수증 처리를 할 수 없는 뇌물성 금액인 것을 보더라도 이들의 부패 정도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연 「어디까지 이들의 장단에 맞춰주느냐」 하는 것은 실제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자가 현명하게 풀어 나가야 할 숙제이다.


  농업투자에 적합한 조차 가능한 국유지들이 이미 캄보디아 내국기업들에 의하여 선점되었다는 것도 문제 중에 하나이다. 지난 2002년 1월에 벌목 모라토리움이 선언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내국기업들의 국유지 선점 경쟁은 이미 끝이 난 상태이다. 도로 등 인프라가 없는 격지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개발 가능한 국유지는 이미 이들의 손에 들어갔고, 이제 외국기업들에게 막대한 전대차익을 붙여서 되넘기고 있다. 격지에 남아있는 국유지를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에 신규로 조차신청을 할 것인지, 아니면 몇 배의 금액을 더 지불하더라도 이들이 선점한 조차지를 인수할 것인지, 적지 않게 고민을 해야 할 문제이다. 또한, 신규 신청지역이던지 기존 조차지를 인수할 경우이던지, 과연 어느 정도의 금액에 합의를 도출할 것인지도 필히 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캄보디아는 전 국토의 30%인 약 5.4백만ha이 각종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국토의 면적 대비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보존지역이 넓은 나라 중에 하나이다. 보존지역의 유형은, 다목적지역, 국립공원, 야생보존지역, 산림보존지역, 경관보존지역, 람사지역, 해양보존지역, 수자원지역, 압사라지역, 세계문화유산, 아세안문화유산, 조류보호지역, 국립공원의 완충지대, 어류 산란 보호지역, 톤레삽 유역, 유물 및 유적지 보존지역, 황실 재산, 보존지역 예정지 및 social land concession 등 무려 20여 개의 법규 및 규정으로 얽히고 설켜 있다. 물론, 보존지역 안에서도 적법한 절차를 밟아서 농지개발을 할 수는 있지만, 법규마다 담당 부처가 다르고 지역에 따라서는 3 ~ 4개의 상이한 법규나 규정들이 동시에 적용되는 곳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보존지역이 포함된 토지는 허가를 받는 자체도 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향후에 농지의 개발과 이용에도 적지 않은 제약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따라서 후보지를 결정하기 이전에 해당 지역의 국유지를 관리하는 공무원들을 통하여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고, 가능하면 보존지역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다음 사항들을 확인하고 유의하여야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


- 건기에도 물이 흐르거나 담수가 되는 개울, 강, 호수 및 저수지 등은 조차한 토지 안에 있을지라도 공유지로 간주한다.

- 상기 수자원의 외곽에서 일정한 거리 안에 있는 땅은 주민들이 통행할 수 있는 공유지로 간주한다.

이미 수 년 동안 마을사람들이 이용한 기존도로

- 보호 수종이 많은 산림지역

- 지역주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산림부산물의 생산지역

- 소수부족들의 토지

- 원주민들이 정령신앙으로 신성시 하는 지역

- 지뢰 매설 추정 지역

- 유적지나 유물이 있는 지역

- 학교, 관공서, 병원, 사원 등, 공공 건물 예정지

- 개발계획이 있는 지역

- 쁘레이루웅(Prey Loung) 산림지역

- 지하 광물권 개발이 체결된 지역

- 주민들이 무단 점유한 지역

- 권력자들이 무단 점유한 지역

- 군부대 주변 지역


  주민들의 불법점유 또한 큰 문제 중에 하나이다. 이미 주민들이 점유하고 개간한 지역은 점유권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많지 않은 가구가 작은 집을 짓고 소규모로 개간을 하였다면, 추후 농장에 필요한 인력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적절히 합의를 하여 끌어안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외국인이 조차 신청을 하였다는 것을 알고, 보상을 받아낼 계략으로 무단 점유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런 일은 추후에 공권력을 동원하여도 해결할 수 없는 난감한 경우를 당하게 된다. 이런 일은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일부 비용이 들더라도 조차신청을 하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경계석을 세우고 한, 두 가구 정도 정착을 시켜서 관리를 해야 한다.


  농업은 장기 투자이다. 바람직한 농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토양이 좋은 지역을 선택하여야 한다. 캄보디아에는 이미 산성화된 토양이나, 토질이 농산물 재배에 적합하지 못한 지역이 상당수이다. 또한, 건기에는 전혀 수자원이 없고, 우기에는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지역들도 상당히 많다. 이런 지역을 잘못 선택하면 두고두고 후회를 하게 되고, 결코 제대로 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발품을 팔며 확인하는 열정이 꼭 필요하다. 향후 농산물을 생산하여 해외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면 도로 및 선적이 가능한 항구까지의 거리도 따져보아야 한다. 시하누크빌항은 물론, 앞으로 이용이 가능한 깜폿, 꼬콩, 프놈펜항을 비롯하여, 베트남이나 태국 국경이 가까운 곳이라면 인접국가의 가장 가까운 항구의 이용 가능한 시설들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들 스스로의 노력하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선 투자에 앞서서 내가 재배하고자 하는 농산물에 대한 식견을 넓혀야 한다. 국제시장의 흐름은 물론이고, 어떤 품종을 선택하여야 내가 선택한 농지의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지, 어느 시기에 파종을 하여 언제 수확을 하여야 다수확을 하고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는지, 부단히 공부하며 최선의 방법에 다가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동안, 5,000ha의 땅에 관정을 뚫고 스프링 쿨러를 설치한 후 지하수를 뽑아 올려서 건기에 사료용 옥수수를 심겠다는 사람들도 보았고, 750ha의 논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여 우기에 과수를 생산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이건 돈키호테를 능가하는 무모한 발상들이다. 실현 가능한 초석 위에 구체적인 계획을 면밀히 검토하고 수립해야만 진행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것은, 캄보디아 문화에 대한 이해이다. 이 땅에서 살려면 날마다 이들과 대면을 하여야 한다. 우리와 전혀 다른 역사와 문화와 관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이고, 이들이 가슴 아파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들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있어야, 이들과 이 땅에서 더불어 살며 우리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 <끝>

 

글쓴이 : 캄보디아에서 김진호(카파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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