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 아시아

캄보디아의 신녹색혁명 옥수수

산들행 2009. 8. 24. 17:22

김진호의 세상 사는 이야기 (8)

캄보디아의 신(新) 녹색혁명②

  신삼롣 읍내에 가까워지면서 이 곳 저 곳에서 대형 트럭의 적재함에 옥수수 자루를 쌓아 올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 트럭들은 해가 지기 전에 빠일린 프롬의 국제관문을 통하여 태국으로 넘어가야 한다. 이 곳 삼롣의 옥수수 가격은 탈립을 하지 않은 옥수수 자루 채로 산지 상차도로 톤 당 85달러 정도이다.


  아직 구삼롣에서 태국으로 넘어가는 지역관문이 활성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빠일린 쁘롬의 국제관문까지 약 60km ~ 75km 거리의 운송비를 계산하여, 빠일린 및 지역관문을 통하여 운송이 가능한 빠일린 북쪽의 쌀라끄라우, 꺼므링, 프놈쁘륵, 썸뻐으루운, 말라이 등지보다 톤 당 산지가격이 약 10달러 정도 낮은 시세이다.


  신삼롣의 종자 상회에 들렀다. CP888, 889, 8888, 8880, D8P8, D.P.888, AAA super, QQQ super, 888A, 999, MX2, MX4 등, 태국산 종자들뿐만 아니라, LVN10, LVN14, SSC586 등, 베트남산까지 다양한 사료용 옥수수 종자들과 제초제, 살충제 등이 모두 한자리에 진열되어있다. 삼롣이 가히 옥수수의 천국이란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광경이다.


  다시 57번 국도로 되돌아 나와서 빠일린을 향하였다. 받덤벙과 빠일린의 경계표시를 조금 지나서, 지난 5월에 들렀던 차이 형제들의 농장을 찾았다. 형제들과 가까운 친척들이 100ha이 조금 넘는 농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미 누렇게 익은 옥수수들은 열흘 후에 수확을 시작할 예정이란다.


  이들의 옥수수 농사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처음 경운작업은 트랙터 한 대 당, 하루 약 10ha을 갈아엎는다. 그리곤, 트랙터에 파종기를 부착하여 하루 15ha을 파종한다. 트랙터 한 대로 작업을 한다면, 100ha의 농장을 갈고, 파종을 하는데 16일 ~ 20일이 소요된다.

 

  2008년 초까지만 하여도 CP888이나 CP999와 같은 고품종 종자들을 심었지만, 작년 시월에 시작한 세계적인 곡물가격의 폭락 이후에는 주로 태국의 일반시장에서 파는 14kg짜리 한 포대에 약 1,500바트(약 44달러) 짜리 비교적 값이 싼 일반종자들을 구입하여, ha당 18kg ~ 20kg을 파종한다.


  파종으로부터 10 ~ 15일 후에 옥수수가 20 ~ 30cm 정도 자랐을 때, 제초제를 살포한다. 놀랍게도, 여기까지가 이들이 수확 전에 하는 작업의 전체 과정이다. 살충제나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비료도 주지 않는다. 옥수수는 다른 작물에 비하여 월등히 많은 양분을 먹어야만 제대로 성장하고 결실을 하는 곡물이다. 하지만, 수 천 년 동안 열대우림으로 남아 있으며 부엽토가 쌓이고 쌓인 이 곳 서북부의 비옥한 땅에는 씨앗을 뿌리면 곧 싹이 나고, 죽죽 자라서, 풍성한 결실을 한다. 하늘이 주신 옥토 중의 옥토이다.


  옥수수는 종자에 따라서 파종 후, 80일에서 120일 사이에 수확을 한다. 하지만, 비록 80일짜리 조생종이라도 기후에 따라서 85일, 90일 또는 95일만에 수확을 한다. 특히, 우기에는 이미 여문 옥수수라도 옥수수대 위에서 수 일 동안 자연건조가 된 후에 수확을 하는 것이, 곰팡이독소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렇듯 비료도 주지 않고 짓는 농사로 이들은 ha당 마른 옥수수를 6 ~ 7톤씩 생산한다. 탈립한 자연건조상태의 옥수수가 톤 당 150달러 선이니, ha당 약 1,000달러로 100ha에서 10만 달러씩, 일 년에 두 번 소득을 올린다. 진정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다.


  빠일린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이 곳 저 곳에 마치 우리나라 시골의 온돌방처럼 구들장을 깔고 그 밑에 옥수수 낟알을 털고 남은 속대로 불을 때어가면서 옥수수를 말리는 간이건조시설들이 눈에 띈다. 그 주위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저마다 맡은 일에 열중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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