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세상 사는 이야기 (9)
캄보디아의 신(新) 녹색혁명③
빠일린 시내를 막 벋어나면서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는G.T. MITTAPHEAP PAILIN CO., LTD.라는 파란색 지붕 위로 높다란 사일로가 위용을 자랑하는 건조공장에 들어섰다. 한창 공사를 하고 있던 3년 전부터, 이 길을 지나칠 때마다 눈 여겨 보았던 공장이다. 운 반니라는 50대 중반의 여성 매니저가 반갑게 맞아준다.
옥수수를 가득 실은 대형트럭이 정문을 들어서서 계근대 위에 올라간다. 계근을 끝낸 트럭이 드넓은 공장 앞마당에 옥수수를 쏟아 붇는다. 이 곳 저 곳에 더미를 이룬 옥수수는 어림잡아도 이미 일만 톤은 족히 넘을 듯 하다. 대형 로더가 큼지막한 바가지로 옥수수를 떠서 두 대의 탈립기 위에 연신 퍼 넣는다.
대 당 10,000달러에 구입하였다는 태국산 탈립기는 시간 당 약 30톤의 옥수수를 알곡과 속대를 분리하여 털어낸다. 한 번에 25톤을 적재하는 대형 덤프트럭이 털어낸 옥수수 알곡을 싣고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사일로 앞에 부어진 옥수수가 바닥에 설치된 여과기를 거쳐서 이물질이 걸러지며 사일로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옥수수는 생산 못지않게 건조가 중요하다. 수분함량이 높은 옥수수는 쉽게 곰팡이가 피면서 수 많은 곰팡이독소들이 생성된다. 쌀, 옥수수, 보리 등의 곡물에서 발생되는 곰팡이독소는 이제까지 알려진 것만도 200여 가지가 된다. 그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이 아플라톡신B1, 옥클라톡신A 및 제랄레논이다. 특히 아플라톡신B1은 이제까지 발견된 천연물질 중에서 가장 강력한 발암물질로, 간, 신장, 허파, 피부 등에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세계 50여 개 국가들이 아플라톡신B1을 규제하고 있고, 10여 개 국가들이 옥클라톡신A 및 제랄레논을 규제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식용과 사료를 구분하지 않고 아플라톡신B1의 허용치를 20ppb로 제한하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식용인 경우 10ppb, 동물용 원료사료인 경우 50ppb, 배합사료는 10 ~ 20ppb로 제한하고 있다. 참고로, ppb는 10억 분의 1그람을 표시하는 단위이다.
이런 이유로 적합한 건조시설은 농사 못지않게 중요하다. 옥수수는 수확 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수분함량이 13% 이하가 되도록 건조를 하고, 더 이상 수분함량이 증가하지 않는 적합한 저장시설 안에 저장을 하여야 한다. 또한, 장기간 운송을 하기 전에는 반듯이 허용된 케미칼을 이용하여 적절한 방역을 하고, 적합한 포장과 적합한 운송수단을 이용하여야 한다.
2009년 6월 말 현재 우리나라 관세청의 전산망에는 캄보디아에서 수입된 옥수수의 기록이 없다. 누군가가 이전에 캄보디아에서 옥수수를 선적하였다면, 검역을 통관하지 못하여 폐기 처분하였거나 반송되었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하여는 위에서 언급한 제반 사항에 대하여 보다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이 곳 서북부에 옥수수 건조를 위한 적합한 규모를 갖춘 사일로 시설은 이미 빠일린에 하나, 꺼므링에 하나, 프놈쁘륵에 둘, 썸뻐으루운에 둘, 말라이에 하나가 가동 중이고, 현재 신축 중인 공장이 셋이다. 50만 달러 이상이 투자되어야 하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일로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사업이란 뜻이다.
옥수수는 수확 철에 따라서 수분함량에 많은 차이가 있다. 7월 ~ 8월의 수확 분은 약 36 ~ 38%, 그리곤 점차 낮아지면서 건기에 들어서는 약 18% ~20%의 수분이 함유된다. 이들을 모두 13% 이하로 건조해야 하기 때문에, 건조시간도 수확 철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 지역의 사일로들은 한 번에 100톤을 건조할 수 있다. 7월 수확 분은 건조시간이 약 10시간이기 때문에, 하루에 두 차례 투입으로 총 200톤을 건조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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