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일반

요긴한 전쟁식량, 미숫가루

산들행 2011. 4. 22. 19:54

 

☪ 한국 : 군량으로 요긴했던 미숫가루

우리 조상들은 군대에서 장거리 원정을 하면서 미숫가루 같은 휴대 식량을 만드는 것으로 음식문제를 해결했다. 미숫가루는 그릇과 숟가락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지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었다. 10분 정도면 요리와 식사까지 모두 끝낼 수 있으니, 행군 중이거나 적과 싸우다 짬이나 식사를 할 때에 더없이 요긴한 음식이었다.


미수의 주재료인 미숫가루는 쪄낸 쌀이나 찹쌀을 말려 볶은 다음 가루로 빻으면 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미숫가루에 관한 기록들이 있다. 세조가 북방 국경지역을 지키는 군사들에게 비를 피할 도구(雨具)와 미숫가루(穈食, 穈=묽은 죽, 미음)를 충분히 준비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있고, <성종실록>을 보면 여진족을 토벌하러 출정했던 도원수 허종이 병사들에게 20일치의 미식(穈食)을 싸가지고 가도록 했다는 내용이 있다. <광해군 실록>에도 전라 병사인 유승서라는 사람이 여러 고을의 군사들에게 각자가 먹을 미식을 준비시킨 내용이 있다. 지금은 미숫가루라고 부르지만, 조선시대에는 “미싯”이나 “미식” 등으로 불렀던 모양이다.


☪ 중국 : 왜구 토벌에 기여한 음식

16세기 중엽에 활동한 명나라 장수 척계광(戚繼光)이 쓴 병서 <기효신서>에도 미숫가루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다. 척계광이 중국 동남부 해안에 침략한 왜구를 소탕할 때 척가군 병사들에게 지급한 휴대 식량이 바로 미숫가루였다.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는 왜구를 상대하려면 척가군 역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그러자면 식사 시간이 길어선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 미숫가루는 매우 적절한 음식이었다. 척계광이란 뛰어난 지도자 아래서 엄격한 군기와 강력한 무기에 편리한 휴대 식량까지 확보한 척가군은 왜구토벌을 시작한지 약 5년 만에 중국 연안지역 왜구들의 근거지를 모조리 쳐부수었다.


☪ 몽골식 미숫가루, 미스가라

 

조선과 중국 두 나라만 미숫가루를 먹은 것이 아니다. 몽골에도 미수와 비슷한 음식이 있었는데 “미스가라”이다. 몽골은 명나라와 무역을 통해 각종 물품들을 거래했고 몽골 땅에 한족들이 정착해 살게 되었다. 이때 한족들은 몽골인 들에게 중국의 생활물품을 전해주었는데 미숫가루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스가라는 콩가루에 버터와 우유를 조금씩 넣어 떡처럼 뭉쳐먹는 것이다. 쪄낸 쌀을 말렸다가 볶은 뒤 빻은 미숫가루가 몽골식 떡으로 변형되어 “미스가라”가 된 것이다.

 

 

-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 도현신 지음

- 펴낸곳 : 시대의창

- 초판 2011년 2월 21일 펴냄

- p109~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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