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추어탕에는 남도 음식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 들깨가 들어간다. 이 들깨는 음식을 만들 때마다 일일이 갈아서 넣어야 향이 날아가지 않고 제 맛을 낸다. 들깨를 걸쭉하게 갈아 낸 후 추어탕의 식감을 살려줄 시래기를 준비하는데, 햇것과 말린 시래기를 섞어주는 것이 좋다. 홍고추를 갈아 만든 고춧물을 넣고 조물조물 버무리면 그냥 반찬으로 먹어도 손색이 없다.
제대로 된 남원식 추어탕이 만들어지려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 첫째는 토종 미꾸리가 들어간 차진 육수, 둘째는 연한 시래기, 마지막 셋째가 바로 보기만 해도 구수한 들깨 국물이다. 그리고 여기에 곁들어지는 것이 바로 초피가루이다. 전라도 지방 방언으로는 ‘젠피가루’라고도 하는데 선조들은 초피가루를 넣어 고기의 독을 제거하고 살균소독을 했다. 이렇게 잘 끓여진 추어탕에 미꾸리는 흔적도 없다. 하지만 그 진한 국물 속엔 수백 번 몸을 놀린 수고로움이 그대로 배어 있다.
- 한국인의 밥상 - 지은이 : KBS <한국인의 밥상> 제작팀 - 초판 1쇄 발행 2011년 11월 21일 - 발행처 : (주) 시드페이퍼 SEEDPAPER - p 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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