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선 에세이
영동군에 포도밭이 많은 이유
여름철에 부산행 기차를 타고 추풍령 역에서 김천역을 지나다 보면 철도 좌우측에 그림같은 포도밭이 잘 가꾸어져 있다. 이 포도단지가 조성된 것은 항구적인 가뭄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전전환 사업(천수답을 밭으로 만드는 사업)의 결과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60년대 우리나라 농경지는 수리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 봄 가뭄이 있는 해에는 천수답에 모내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곡자급 달성을 위한 증산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농가 소득에도 지장이 많았기 때문에 농수산부에서는 가뭄 극복 대책을 연례행사처럼 추진하였다.
1968년 8월에는 박 대통령께서 가뭄 대책으로 전전환 사업을 추진해 보리는 지시가 있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목민심서를 탐독하고 전전환 사업에 대한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수산부에서는 1970년부터 1979년까지 10년간 이 사업을 실시하였다.
1970년부터 시작한 전전환 사업은 천수답에 밭작물을 재배하는 작물 전환식으로 추진하였다. 이 사업은 1973년까지 4개년 동안 실시하였으며 이 시기를 편의상 1단계 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작물 전환식 전전환 사업은 천수답에 밭작물인 콩이나 옥수수를 재배하는 것이었는데 콩이나 옥수수 재배 수익이 천수답의 벼 재배수익보다 낮았기 때문에 그 차액을 보조하였다. 그러나 밭 기반 조성이 되지 않은 논에 밭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습해 등으로 작황이 불량한 경우가 많았으며, 비가 오면 다시 논으로 환원하여 벼를 재배하는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의 하나로 1974년부터는 논을 밭으로 만드는 기반조성식 전전환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1977년까지 4년간 추진하였는데 편의상 2단계 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2단계 사업은 용수개발이 불가능한 천수답의 논두렁을 없애고 배수로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밭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보조하였으며, 이렇게 조성된 밭에는 1단계에서와 같이 콩이나 옥수수를 재배토록 하였다. 밭으로 기반 조성을 하였기 때문에 재배작물의 작황은 비교적 양호하였으나 비가 오면 갈아엎고 논둑을 만들어 논으로 다시 활용하는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1978년부터는 1, 2단계의 전전환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항구적인 가뭄 대책이 될 수 있는 과수단지 조성식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를 편의상 3단계 전전환 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기반조성비와 과수원조성비를 보조하고 과원관리비를 융자 지원하였으며 과수원을 조성하고 일정기간 지나야 소득이 있기 때문에 과수원 조성 후 3년간 생계보조금을 지원하였다. 과수단지 조성 사업은 경북 김천시 등 한해 상습지가 많은 시군의 호응이 높았다. 이 사업으로 김천, 옥천, 영동의 포도단지, 전남의 단감단지, 경북의 사과단지 등이 확충되거나 신규 조성되었다. 이 사업으로 한해 상습지에 과수원을 조성하였기 때문에 항구적인 가뭄대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농가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추가 설명 : 낙동강 상류지역과 추풍령 근방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강우량이 적다. 또한 들은 바로는 영동군은 비를 머금은 구름이 북쪽의 기단과 만나 숨고르기 하는 지역이여서 강우량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적다. 뿐만 아니라 땅을 파보면 돌이 나오는 등 전형적인 천수답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천수답에 항구적인 가뭄대책의 일환으로 과수원이 조성되었고, 그것이 현재의 포도밭이다)
- 김윤선 에세이
- 자연속 한 줌 티끌일지라도
- 펴낸곳 : 월간 과학원예
- 초판 1쇄 발행/1998년 11월
- 값 7,000원
- p 66~72
'작물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중국, 일본의 요리 차이점 (0) | 2013.07.26 |
---|---|
아름다운 농산물 과일 사진 (0) | 2013.07.08 |
이문구 소설속의 기우제 (0) | 2013.06.18 |
시골에 빈집이 늘어가면서 무너지고 있다. (0) | 2013.06.11 |
농촌에서 제조하는 퇴비 사진 (0) | 2013.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