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 녹두, 동부, 강낭콩등

녹두나물을 숙주나물이라고 한 유래

산들행 2013. 7. 14. 23:42

콩나물은 한자로 대두황권(大豆黃卷)이라 하고, 숙주나물은 녹두장음(綠豆長音)이라 한다. 대두를 콩이라 하니 콩으로 만든 나물이라는 뜻에서 콩나물로 표기하였지만, 녹두로 만든 나물을 굳이 숙주나물로 표기한 까닭에 대해 <조선무쌍식요리제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숙주라는 것은 우리나라 세조 임금 때에 신숙주가 여섯 신하는 고변하여 죽인 고로 미워하여 이 나물을 숙주라 한 것이다. 이 나물을 만두소로 넣을 적에 짓이겨 넣는 고로 신숙주를 이 나물 찧듯 하자 하여서 숙주라 하였으니 이 사람이 나라를 위하여 그리하였다고 하나 어찌 사람을 죽이고 영화를 구할까 보냐! 결코 성인군자는 못된다."

 

만두소의 재료가 되는 녹두나물의 특성을 침작해 육신(六臣)을 등지고 세조의 공신이 된 신숙주의 이름을 그 나물에 붙여 '숙주나물'이라 했다는 어원이 무척 흥미롭다.

 

- 조선시대의 음식문화

- 김상보 지음

- 펴낸곳 : 도서출판 가람기획

- 초판 2쇄 펴낸 날 : 2006. 11. 15

- p 274

- 값 15,000원



우리가 활용하는 채소 중 매우 독특한 것이 있다. 바로 콩나물과 숙주나물이다. 숙주나물은 예로부터 많이 먹어, 제사상에 올리는 삼색 나물중 흰색을 담당하는 나물로 오래전부터 쓰였다. 홍만선의 《산림경제》에 수록된 숙주나물이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녹두를 가려서 깨끗이 씻고 물에 넣어 이틀 밤 담가둔다. 물기를 흡수하여 팽창하면 새로 물로 씻어서 그늘에 말린다. 지면을 깨끗이 하여 물로 축이고 한 겹으로 갈대를 만든 노석(蘆갈대 노 席 자리석)을 깐다. 여기에 콩을 펴고 분재로 덮어둔다. 하루 두 번 물을 뿌려서 싹의 길이가 1촌(1寸마디 촌 = 3.03cm) 정도 되기를 기다린다. 콩 껍질을 씻어내고 끓는 물에 데쳐 생강, 식초, 기름, 소금 으로 양념하여 먹는다.


《만기요람 萬機要覽》(1808)에는 숙주나물을 녹두장음 菉豆長音이라 했다. 그런데 숙주나물이라는 이름은 서울에서만 쓰고 서울 이외의 지방에서는 녹두나물이라고 했다.


<중략>


얼마전 종가음식 발굴을 위한 조사로 신숙주 종가댁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댁의 내림음식을 물으니 '숙주나물'을 알려주셨다. 그런데 그 스토리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신숙주가 녹두나물을 좋아해서 임금님께서 숙주나물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는 것이다. 숙주나물 하나에 얽힌 스토리가 이렇게도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중략>


그럼 숙주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우리는 주로 나물로 무쳐서 먹는다. 이 외에도 숙주는 빈대떡에 넣어 부쳐 먹기도 하고 쌀국수에 넣어 먹기도 한다. 추석의 절식으로도 숙주나물이 빠지지 않으며 제례상차림의 중요한 나물이다. 잘 변하고 상하기 때문에 만드는 즉시 먹고 오래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시아에서는 콩나물보다, 녹두로 기른 숙주나물을 많이 먹는다. 서양에서도 녹두나물은 간혹 먹어도 콩나물은 먹지 않는다.


- 채소의 인문학

- 정혜경 지음

- 펴낸곳 도서출판 따비

- 초판 1쇄 발행 2017년 6월 15일

- p205 ~ 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