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밥상과 간장, 된장, 고추장
“한국의 맛은”은 “장맛”이라 할 정도로 장 없인 어떤 음식도 맛을 낼 수 없으니 궁을 비롯해 민간 어디에나 장 담그는 일은 일 년 양식을 준비하는 큰 행사였다. 조선시대 궁궐은 왕족들, 살림을 해주는 궁 사람들과 수시로 드나드는 손님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 내야 하니 장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고 궁중의 장 담그기는 여간 큰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궁에서 장은 왕족들이 일상음식에서 가장 많이 쓰이지만 잔치라든가 제사에서도 많이 쓰이며, 가뭄, 풍수해, 화재 시에 백성들에게 구휼하기 위해, 신하가 상을 당했거나 공을 세우거나, 주변에 어려운 사람에게 하사하는 품목으로 우선 순위에 들었다. 실록에 보면 세종, 정조 때는 굶주린 백성에게 나누어진 식량은 성인은 쌀 4홉, 콩 3홉, 장 1홉을, 어린 사람에게는 그 반이었다. 태종 때는 호군이나 노인에게 장 1독을 하사했다. 세종, 단종, 세조, 성종, 명종 때에도 신하들의 식구들이 어려운 지경이 됐을 때 쌀과 함께 장을 내린 기록이 여러 차례 나타난다.
궁에서 간장은 크게 청장, 중장, 진장으로 나누어 쓰는데, 장은 다리지 않고 해마다 담그고 한 해씩 어린 장을 묵은 장 쪽으로 보태는 방법, 즉 덧장이 되도록 하는 법을 했다. 청장은 일년장으로 맑고 담백해 국간을 맞추거나 나물 무칠 때, 중장은 일반적인 음식에 두루 쓰이고, 검은콩 메주로 만든 진장은 계속 해를 묵혀 맛이 짙고 달며 조청같이 걸쭉한 농도인데 육포, 조림, 장김치, 약식 등을 만들 때 쓴다.
궁에서는 메주를 직접 띄우지 않고 자하문 근처 절에서 만들어 가져왔다. 이 메주를 ‘절메주’라 불렀고, 봄에 검정콩을 삶아서 햇풀에 띄운 것이며 보통 메주의 4배 정도로 컸다고 한다. 된장은 궁녀들이 개별적으로 해먹는 찬으로 썼으며, 왕족들의 찬에는 별로 쓰이지 않은 듯하다. 고종과 순종 때는 일년에 한두 번 절미토장조치로 찾을 정도였다고 한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혜경궁 홍씨의 수라에 미나리나 파, 생선회를 찍어 먹는 용도로 장 종지에 고초장(苦椒醬)이 놓였다. 고추장을 좋아했던 영조는 70대 중반에 입맛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난 후 송이, 생전복, 새끼꿩, 고추장 4가지가 별미라 했다. 고추장 없이는 밥을 못 먹을 지경이었고, 궁에서 담근 것보다는 조종부라는 신하의 집에서 담근 것만을 찾았다고 한다.
- 문화재사랑
- 2014. 08. Vol. 117
- 글 한복려(왕의 밥상)
- 발행처 문화재청
- p36 ~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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