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자, 맥문동

(청양신문 칼럼) 늙지 않는 열매, 구기자를 처음 재배한 지역은 청양이다.

산들행 2016. 7. 6. 17:42

늙지 않는 열매, 구기자를 처음 재배한 지역은 청양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식물 이름 중에는 ()’로 끝나는 열매가 있는데 구기자, 복분자, 오미자 등이 그것이다. 이중 구기자는 구기자나무의 열매이고, 영어로는 Gojiberry 또는 Wolfberry라고 부르며, 마돈나 등 해외의 유명 연예인들이 미용과 건강을 위하여 즐겨 먹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구기자하면 충남 청양이 떠오를 만큼 청양군 일원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청양군은 노래방에서 많이 부르는 <칠갑산>이란 노래 덕분에 콩밭 매는 아낙네가 많을 것 같지만 사실은 구기자를 따는 아낙네가 더 많다. 청양군에서 예산군으로 가는 국도변에 있는 비닐하우스는 대부분 구기자를 재배하는 하우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리적 표시제로 청양구기자가 등록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 청양군에서 구기자를 재배하게 되었을까?

 

청양군 운곡면에 가면 구기설이라는 작은 기념비가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청양군에 구기자를 전파하여 농가소득에 큰 도움이 되었기에 마을 어르신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박관용 할아버지의 공덕을 기리는 내용이 적혀있다. 구기자 유래비에 따르면 청양군이 구기자를 처음 재배한 시배지가 된다. 1908년에 청양에서 태어나신 박관용 할아버지가 15세 되던 해(1923)에 구기자에 관심을 가지고 재배하기 시작하였으니 구기자 재배 역사는 약 100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1992년에 발행된 청양이 구기자의 본 고장이 된 유래’, 2000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종자(안완식 저)’에 자세히 나와 있다. 유중림이 지은 <증보산림경제 >와 박세당이 지은 <색경>에도 구기자의 번식과 재배법에 대하여 자세히 나와 있다. 전국에서 구기자를 두 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진도군에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진도가 구기자 시배지라고 한다. 진도로 유배 온 사람들이 구기자술을 마시면서 억울함을 달랬다고 한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병사들과 구기자술을 마셨고,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에도 이순신 장군이 부하들과 구기자술을 마셨다는 문장도 있다. 또한 송준길(1606~1672)<동춘당일기>를 보면 집 주위에 구기자 등 한약재를 대규모로 심어 한약재로 이용하거나 차로 마셨다는 기록도 있다. 동춘당은 대전시 대덕구에 있으니 대전이 시배지가 될 수도 있다. 조선시대 서명응이 정조11년에 관리들의 업무참고서로 편찬한 <고사십이집>을 보면 대구부, 선산부, 김해부의 특산물로 구기자가 나온다. 조선시대에 특산품으로 진상될 정도이면 구기자가 많이 생산되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므로 이들 지역이 시배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 기록을 자세히 검토해 보면 구기자를 재배한 것이 아니라 집 주위에 자연적으로 자라는 것을 채취하여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기록으로만 보면 충남 청양군이 구기자의 시배지로 보인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구기자를 생산하고 있고, 다양한 구기자 가공제품을 가공하여 매출을 올리는 지역연고산업이 활성화 되어 있다.

 

오래된 나무로 노거수가 있는데 구기자나무의 노거수로 경주 교동의 최부자 집에 100년이 넘는 구기자나무가 있다. 경남 고성에도 100년이 넘는 구기자나무가 있다. 물론 청양에도 100년 된 구기자나무가 있다. 이렇게 백년이 넘는 구기자나무가 있는 이유는 장수하는 마을에 구기정이라는 우물이 있고 그 우물가에는 구기자나무가 자라고 있었으며 이 우물물을 마시고 무병장수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설화에 기인한다.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에 구기주를 마시면 회춘한다고 적혀있고, 요릿집 명월관을 설립했던 안순환씨는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좋을 조선의 자랑으로 구기자 약주를 추천하고 있다. 그래서 구기자를 과일 비아그라’, ‘천연 간 영양제’, ‘먹으면 늙지 않는 열매라고 부르는가 보다. 이렇듯 건강 기능성이 좋은 구기자는 청양에서 처음 재배되었고 지금도 많이 재배되는 지역특화작목이다. 구기자는 청양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브랜드이면서 지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융복합 산업 육성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