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밀, 기타 맥류

장 푸랑수아 밀레의 이삭줍기

산들행 2017. 12. 30. 13:32

 

 

장 푸랑수아 밀레 Jean-Francois Millet, 1815~1875의 <이삭줍기>는 풍요와 궁핍을 동시에 보여주는 독특한 작품이다. 세 여인이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이삭을 줍고 있다. 먼 배경으로 보이는 커다란 곡식단은 가을걷이의 풍요를 넉넉히 전한다. 반면 이삭을 줍는 여인들은 그 풍요의 풍경으로부터 소외되어 지금 헤어날 수 없는 가난을 줍고 있다. 이 무렵 프랑스에서는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만이 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삭을 주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이삭줍기나마 감지덕지해 대지에 머리를 조아린 여인들은 가을걷이의 풍요로부터 비껴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여인들은 운명을 비관하지 않고 지평선 아래로 허리를 숙여 묵묵히 이삭을 줍는다. 삶에 충실한 모습이 보면 볼수록 감동적이다.

 

비록 남의 밭에서 이삭을 줍고 있지만 여인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결코 잃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의 노동으로 삶을 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노동이든 노동하는 인간은 존엄하다. 인간이 비루해지고 천박해지는 것은 노동하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삭을 수확해 간 여인들은 당분간 아이들과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도 밝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여인들은 부지런히 이삭을 줍는다.

 

- 풍미갤러리

- 지은이 문국진, 이주현

- 발행처 이야기가있는집

- 초판 1쇄 발행 2015년 11월 10일

- p 54 ~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