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많은 농부들은 감자에 대해 너무 불신하여 1774년 기근동안에 프리드리히 대왕Frederick the Great이 보내준 감자를 거부했다. 당시 독일은 주식을 밀에만 의존했기에 식량사정은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왕은 구황작물로 감자를 심으라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독일에 감자를 보급했다. 처음부터 독일 사람들이 그의 명령을 순순히 따른 것은 아니었다. 개조차 맛이 없어 먹지 않으려는 것을 먹어야 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자 그는 매일 감자를 먹었다. 이쯤 되니 국민은 왕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감자 보급의 공로로 '감자대왕'이라는 애칭을 얻었고, 지금도 그의 무덤에는 늘 감자가 놓여있다.
감자를 너무 경계하여 1619년 부르고뉴Brugundy에서는 감자 경작이 아예 금지되었던 프랑스에서 빵에 대한 대안으로 모든 건강한 프랑스 사람들에게 감자를 재배할 것을 명령하였고, 감자소비를 애국적 의무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감자에 대한 공포는 끝이 나지 않았다. 정부는 감자요리책을 출간하고, 루이16세는 옷 단추틈에 감자꽃을 끼우고, 그의 부인 앙투아네트는 감자꽃을 머리에 꽂아 감자에 세련됨을 부여하려고 노력하였다. 이 같은 프랑스 궁전의 감자꽃 패션은 감자가 유럽의 모든 지역으로 전파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무엇보다 프랑스에서 감자의 가장 성공적인 도약은 의사였던 파르망띠에 Antoine-August Parmentier의 아이디어로부터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전쟁포로로 독일감옥에 수용되어 있는 동안 오로지 감자만을 먹었다. 그가 감옥으로부터 나와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는 프랑스 혁명으로 빵이 문제가 되고 있던 때였다. 그는 빵 대신 바로 감자를 생각해냈다. 결국 밀로 만든 빵을 놓고 벌어진 끝없는 다툼에 대해 보다 나은 해결책은 감자였다.
그러나 1830년 당시 영국의 언론인 윌리암 코벳William T. Cobbett과 프로테스탄트들은 이것을 거북하게 여겼다. 그들은 밀로 만든 빵이 인간에게는 자연스런 음식이고, 그 빵을 불결한 뿌리(감자)로 대신하는 것은 사람을 개처럼 잠자고, 간음하는 것 외 어느 것에도 만족하지 않는 존재로 변화시킨다고 믿었다. 그들은 감자를 '게으른 뿌리'라고 불렀다. 사실, 게으름을 일으키는 음식을 금하는 관례는 기원전 7세기 스파르타 식사에서 비롯되었다. 스파르타 사람들의 식사는 배고픔이 겨우 가실 정도만큼 할당된 양만을 먹었다. 게으름은 죄악이었다. 그런 전통을 고수한 19세기 영국 귀족들의 입장에서 보면 게으름은 당연히 죄악이었다. 그러니 코벳은 영국정부에 감자를 금지시켜 이 '타락한 음식(감자)'이 번져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부추겼다. 여기에는 당신의 사회적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일랜드 사람들은 잉글랜드 지주들 밑에서 힘들게 일하였지만 항상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그들에게 감자는 생명의 식량이나 다름없었다. 감자는 아일랜드의 토양과 기후에도 적합하여 가난한 농민들의 가족을 배불리 먹일 수 있었다. 잉글랜드 지주들이 아일랜드 농민들의 감자재배를 금지한 이유 중에는, 아일랜드 농민들이 배가 부르면 다른 생각, 즉 자신들에 대한 반발이 일어날까 하는 두려움도 한몫했다. 감자를 태만함의 상징으로 여기며 1800년대 영국 잉글랜드 사람들은 감자를 근절시키려고 했다. 더욱이 감자를 먹는다는 이유로 더욱 아일랜드 사람들을 멸시했다. 그런 멸시 속에서도 일명 '게으름의 뿌리' 덕분에 아일랜드의 농민의 착취를 가하는 영국의 지주들에게서 한껏 자유로워졌고 또한 인구도 늘었다. 1840년대 이일랜드의 거의 절반 인구가 완전히 감자에 의존하게 되었다.
결국 대부분의 유럽은 감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도시의 인구가 급증하고 주거환경은 열악해졌고, 노동자들은 하루 16시간씩 일을 해야 했으므로, 음식 만들 시간도, 음식을 요리할 기구도 부족했기에 간편한 음식으로 감자만한 것이 없었다. 그러니 결국 감자는 유럽의 기근을 해결해준 악마의 선물이 되었다.
- 음식패설 - 지은이 김정희 - 펴낸곳 채륜 - 1판 1쇄 펴낸날 2017년 1월 20일 - p71~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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