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감자

감자칩을 만든 미국, 감자칩 품종 러셋 버뱅크 감자

산들행 2021. 6. 12. 11:58

미국은 농업 대국을 만든 특유의 기질을 감자 농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엄청난 양의 감자를 재배했을 뿐만 아니라 품종을 다양하게 개량했다. 현재 미국 제일의 감자 생산지는 북서부의 아이다호주이다. 생산되는 30여 종의 감자 중 가장 인기 있는 감자종은 '러셋 버뱅크(Russet Burbank)'이다. 이 종은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다. 러셋 버뱅크 감자는 '미국 식물의 아버지', '미국 원예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루터 버뱅크(Ruther Burbank, 1849~1926)가 육종한 감자에서 출발했다.

루터 버뱅크는 미국 매사추세츠의 랭커스터에서 18명의 형제자매 중 13번째 아이로 때어났다. 몹시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했지만 어릴 때부터 식물을 좋아했고 식물 재배에 대한 재능과 정열이 있었다. 21세 때 찰스 다윈이 쓴 《사육 동식물의 변이》(1868)라는 책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 은 변했다. 그는 소규모 농장에서 원예업을 하면서 식물을 연구하여 200여 종의 꽃과 과일, 채소, 곡물의 새 품종을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버뱅크 감자였다. 루터 버뱅크는 선임 연구자가 만든 얼리 로즈(Early Rose) 종자를 개량해 알을 크게 하고 수확량도 2~3배에 이르도록 품질을 개량했는데 이것이 버뱅크 감자였다. 러셋 버뱅크 감자는 버뱅크 감자의 자연적 변이종이다. 이름처럼 황갈색의 껍질에 흰 살을 가진 이 큰 감자는 감자 역사상 가장 탁월한 품종으로 태어났다. 러셋 버뱅크 감자는 초기에는 인기가 없었으나 아이다호 농민들이 주목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특히 1940년대의 프랜치프라이 열풍과 1950년대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열풍에 힘입어 인기가 치솟았다. 맥도날드도 프랜치프라이용 감자로 버셋 버뱅크를 선택했다. 러셋 버뱅크는 크기가 클 뿐만 아니라 수분이 적어 튀김에 적합한 데다 분질감자(전분이 많아 익히면 쉽게 부서지는 감자)여서 바삭바삭한 맛이 일품이다. 2010년 기준으로 러셋 버뱅크는 미국 전체 감자 생산량의 40퍼센트를 점유했으며 북미의 가공 감자 시장의 70퍼센트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새로운 품종의 감자가 개발되자 미국인의 감자 소비도 놀랄 만큼 늘었다. 다양하게 개발된 감자를 가공한 식품도 이에 한몫했다. 그중 하나가 감자칩이다. 지금과 같은 얇은 형태의 감자칩은 1853년 뉴욕의 한 식당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어떤 고객이 감자튀김이 눅눅하다고 몇 번이나 퇴짜를 놓자 기분이 상한 요리사가 감자를 얇게 썰어 갈색으로 바싹 튀긴 뒤 소금으로 간을 해서 내놓은 것이 대호평을 받으면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콩에서 값싼 식용유가 대량으로 생산되자 감자칩의 인기는 식당과 식료품점으로 확산됐다. 20세기 초 미국 동부에는 감자칩 공장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1950년대 들어 감자칩에 다양한 향미를 첨가하면서 이 간식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감자칩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현재 세계 스낵 시장의 30퍼센트를 점하고 있다. 식품사들이 감자칩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여러 향미를 첨가하고 더 짜게 더 달게 만들면서 이제 건강을 해치는 원흉으로 지탄받고 있지만 사람들의 손길은 자꾸만 감자칩으로 향한다.

- 사피엔스의 식탁 인류가 선택한 9가지 식품
- 문갑순 지음
- 펴낸곳 (주)북이십일 21세기북스
- 1판 1쇄 발행 2018년 01월 19일
- p115~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