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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31] '썩은 사과'와 다윗의 잘못

산들행 2019. 2. 13. 07:37

[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31] '썩은 사과'와 다윗의 잘못

 

안데르센 동화집에는 말을 썩은 사과로 바꾼 할아버지얘기가 나온다. 말 한마리가 전 재산인 할아버지가 말을 끌고 시장에 갔다가 그럴듯한 말에 현혹돼 말암소거위암탉썩은 사과 한자루 순으로 바꿨다는 얘기다.


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막에 들렀다가 한 갑부를 만났다. 할아버지가 말을 썩은 사과 한자루와 바꾸었다는 얘기를 들은 갑부는 할머니가 그 얘기를 들으면 틀림없이 화를 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참 잘 했다고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갑부는 만약 할머니가 잘했다고 하면 자신이 갖고 있는 금화 한자루를 주겠다며 내기를 걸었다.


집에 도착해 할아버지는 장을 본 얘기를 털어놨다. 그러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바꾼 물건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 우유를 마실 수 있겠네요”, “양젖도 좋지요”, “거위털이 얼마나 따뜻한데요”, “달걀을 먹을 수 있네요”, “오늘 저녁엔 맛있는 사과파이를 먹게 됐군요라며 기뻐했다. 내기에 진 갑부는 황당해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금화 한자루를 내놨고 노부부는 부자가 됐다.

 

우리는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내 부모형제나 지인이 이런 미련한 교환을 했다면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런 욕을 퍼붓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들고 온 썩은 사과자루를 보지 않았다. 할머니가 본 것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할아버지의 따듯한 사랑이었다. 그 사랑을 본 마음의 눈이 있었기에 금화자루를 온전히 받을 수 있었다.

 

 

다윗의 과오, ‘밧세바 증후군

 

어느 날 저녁, 다윗이 왕궁 위를 거닐다가 한 여인이 목욕하는 모습에 반했다. 다윗은 그녀를 침실로 불러 동침했고 결국 임신에 이르렀다. 그녀는 다윗의 충실한 부하로 전장에 나가 있는 우리아 장군의 아내 밧세바였다. 다윗은 우리아를 불러 노고를 치하하고 선물을 보내 집에 가서 지내라고 했다. 하지만 충직한 우리아는 부하들이 전쟁터에서 고생하는데 나만 편하게 집에 갈 수 없다며 왕궁 문에 머물렀다.

 

다윗은 우리아가 집에 가서 부인과 동침해 잉태하면 자신의 범죄를 감출 것으로 여겼지만 우리아가 집에 가지 않자 할 수 없이 우리아를 전장으로 다시 보냈다. 이때 다윗은 우리아 상관인 요압에게 우리아를 맹렬한 싸움터에 앞세워 그가 죽도록 하라는 편지를 비밀리에 보냈다.

 

이렇게 우리아가 죽자 다윗은 우리아 장례를 마치고 밧세바를 데려다 부인으로 삼았다. 여호와는 다윗의 죄를 보고 밧세바가 낳은 아들이 7일 만에 죽도록 했다. 하지만 다윗이 다시 밧세바와 동침해 솔로몬을 낳자 그를 사랑해 후계자로 삼았다.

 

'구약성서' <사무엘하> 11장과 12장에 나오는 이 얘기는 거인 골리앗을 물리친 영웅 다윗이 얼마나 나쁜 죄를 지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다윗은 모세 십계명 가운데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적질하지 말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는 계명 4개를 한꺼번에 어겼다.

 

홍찬선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입력 2019.02.13.

https://news.v.daum.net/v/20190213065007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