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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사람이 완성시키는 음식 한정식과 숯불구이

산들행 2017. 9. 30. 16:52

음식이 순차적으로 나오면 그 음식이 나오는 순서대로 또 만들어진 그대로 먹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음식이 주방에서 완성된 상태로 제공되며, 주방장은 음식을 먹는

순서까지 결정하는 셈이다. 이런 경우 먹는 사람이 음식에 관여할 여지는 음식을 주문할 때로 한정된다.

 

한정식 상을 받으면, 상 위에는 밥과 국이 있고 여러 반찬들이 있고 또 몇 가지 장류가 있다. 즉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상 위에 차려서 그 상을 내오는 것이다. 이렇게 한꺼번에 주어진 음식을 어떻게 먹는가 하는 것은 이제부터 먹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먹는 사람은 입맛과 취향에 따라서 밥을 국에 말아서 먹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반찬들을 넣고 밥을 비벼 먹을 수도 있고, 각각 따로 먹을 수도 있다.

 

먹는 사람의 이러한 적극적인 역할을 생각할 때, 한국 음식은 먹는 사람에 의해서 비로소 완성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상에 차려진 음식은 아직 미완의 음식이다. 그 미완의 음식은 먹는 사람의 먹는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르게 완성된다. 한국 음식은 먹는 사람의 입맛과 취향이 관여해서 음식을 완성하도록 여지를 남겨두는 음식이다.

 

먹는 사람이 음식의 완성에 관여하는 이러한 음식문화는 고기를 직접 구워 먹는 음식문화를 유행시켰는지도 모른다. 주방에서는 고기를 비롯한 여러 재료와 불판을 제공하고, 그것들을 불에 구워 완성된 음식으로 만드는 일은 손님이 직접 해야 한다. 사실 음식의 제작과정에 직접 참여하게 하는 음식문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들다.

 

일본 사람들은 철판구이라는 요리를 개발하여 주방을 손님의 식탁으로 옮기기는 했지만, 요리는 요리사가 하고 손님은 먹기만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숯불구이는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구워서 소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또 식성대로 야채쌈에 싸서 먹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 사람들은 먹는 사람이 요리의 완성에 참여하는 음식문화를 당연시한다.

 

- 남김의 미학 / 이남호

- 펴낸곳 (주)현대문학

- 초판 2쇄 펴낸날 2017년 7월 31일

- p260~264


남김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