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례든 차례든 기제사든 조상에 바치는 제사의 내용은 한 끼 '식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정신은 '살아있는 듯' 모시는 것이므로, 산 사람의 식사와 다름없이 대접하는 것이다. 술을 바치고 읽는 축문도 좋은 음식과 술로 한 끼 식사를 마련하였으니 드시라고 권유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밤에 올리는 기제사는 저녁상이고 아침에 올리는 차례는 아침상이라고 보면 된다.
고인을 나타내는 신위는 북쪽에 둔다. 즉 신위는 남향해야 하고 자손들은 북면한다. 집 사정상 다른 방향으로 상을 차렸다 하더라도 신위 쪽은 무조건 북쪽으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참예자가 보기에 상 왼쪽이 우위다. 어동육서란, 고기를 상위인 서쪽(상 왼쪽)에 두라는 말이다. 이는 신위에서 볼 때 오른손으로 좋은 반찬을 집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제사상을 진설할 때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집안마다 진설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기본은 같다. 즉 술을 곁들이는 식사라는 점을 감안해 신위를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첫 줄에는 당연히 밥(메) 와 국(갱), 즉 주식을 두지만 둘째 줄에는고기 적과 전 같은 술안주 위주로 차린다. 셋째 줄은 본격적인 식사에서 먹을 수 있는 탕을, 그 다음 네 번째 줄은 나물과 김치 등 반찬,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과일과 과자(후식)를 둔다.
또 한가지 원칙은 자연식품과 고기, 귀한 음식을 상위에 두므로 서쪽인 왼쪽에 진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물반찬은 고사리 같은 산나물이 왼쪽에 오고 집에서 기른 콩나물이 맨 오른쪽, 밭에서 나는 시금치나 무나물은 가운데다. 포와 떡 가운데 동물성 식품인 포가 상위인 왼쪽에 간다. 과일에서는 대추가 제일 상위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흔한 과일, 수입과일, 그리고 사람이 만든 과자 순으로 놓는다. 구이와 전 가운데 고기구이가 상위다. 이런 큰 원칙을 기본으로 융통성 있게 놓으면 된다.
- 우리는 왜 비벼먹고 쌈 싸먹고 말아먹는가 - 지은이 동아일보사 한식문화역구팀 - 펴낸곳 동아일보사 - 1판 2쇄 발행 2012년 10월 19일 - p302 ~ 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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