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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의 유래, 인구증가 유인책과 개고기

산들행 2020. 5. 22. 22:48

중국 고대에서 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가축이었다. 그 증거가 현재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에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헌금은 돈을 기부한다는 뜻이고 혈액을 제공하는 것은 헌혈,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하는 것은 헌신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바칠 헌 獻' 자를 쓰는데 이 글자는 '솥 권 鬳'과 '개 견 犬'이 합쳐서 만들어졌다. 풀이하면 개를 솥에 삶는다는 의미다. 이런 글자가 '바치다' '드리다'의 뜻이 된 이유는고대에는 솥에 삶은 개가 재물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혹은 단오나 칠석 같은 속절은 정확한 기원이 알려져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복날은 다르다. 시작이 정확하다. 기원전 676년, 진나라에서 시작됐다. 12제후국의 주요 사건을 연도별로 정리한 「십이제후연표 十二諸侯年表」에 복날에 대한 기록이 있다. "덕공 2년 처음 복날을 정해 사당에 제사를 지내고 개고기를 찢어 도성 사대문에 걸었다". 풀이하면 기원전 676년인 진나라 덕공 2년에 처음 복날을 정했고, 개를 잡아 제사를 지낸 후 성문에 고기를 걸어놓아 벌레가 나쁜 기운을 옮기는 것을 막았다는 이야기다.

 

복날과 개의 관계로 돌아와서, 제사를 지내는 목적은 하늘과 조상님께 복을 빌어 화를 막기 위해서다. 복날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제사를 지낼 때도 이왕이면 조상님과 관련된 가축이 좋다. 그러니 개를 잡아 성문에 걸었다는 「사기」의 기록은 조상님의 음덕으로 나쁜 기운을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 개는 식용 가축이었다. 기원전 1세기 때의 《염철론》에는 당시 사람들의 경제 수준에 따라서 먹는 고기를 구분해 적어놨는데, 부자들은 소를 잡아먹으며 배를 두드리고, 중산층은 양과 개를 먹으며 가난한 사람은 닭과 돼지고기를 먹는다고 하였다.


와신상담 臥薪嘗膽 이라는 고사성어의 주인공 월왕 구천은 오나라에 복수하기 위해 절치부심으로 이를 갈며 군사력을 키웠다. 병력을 키우기 위해 출산 장려책을 폈는데 그 주요 내용이 여자가 17세, 남자가 20세가 되도록 시집 장가를 가지 않으면 부모에게 죄를 물었다. 이때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낳았을 때 군인이 될 수 있는 남자아이를 출산하면 술 두병에 개고기를 지급했고, 여자아이를 출산하면 술 두 병에 돼지고기를 지급했다.


이런 월나라에서 군사력 강화 목적으로 지급한 남아출산 장려금이 개고기였으니, 당시 돼지고기와 개고기의 위상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 음식으로 읽는 증국사
- 지은이 윤덕노
- 펴낸곳 (주)더난콘텐츠그룹
- 초판 1쇄 발행 2019년 5월 14일
- p134-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