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그램의 행복
'달빛 소나타', '운명교향곡', '합창교향곡' 같은 명곡을 작곡한 루트비히 반 베토벤 ... 알코올 중독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탓에 어릴 적부터 가장 노릇을 하며 어렵게 살아온 그는 살기 위해서도 음악을 해야 했고,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찾기 위해서도 음악에 열중해야 했다.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작곡을 시작하고 아침식사 때 커피를 마셨다. 음악만큼이나 사랑한 커피였기에 베토벤은 커피를 추출할 때도 작곡을 할 때처럼 신중을 기했다. 커피 한잔에 원두 낱알 60개를 정확히 세어 내린 것. 손님이 왔을 때도 매번 손님 한 사람당 원두 낱알 60알씩 또 일일이 세어서 갈았다.
그 60알의 원두를 갈면 약 8그램 정도의 커피가루가 나오는데 이 8그램은 요즘 커피전문가들이 '가장 좋은 맛을 낸다'며 선호하는 바로 그 무게다. 베토벤은 이미 60알의 원두가 가장 맛있는 커피 한 잔의 양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이다.
빈에서 살던 35년 동안 무려 마흔 번 넘게 이사 다닐 만큼 가난한 그였지만 커피를 만드는 기구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고 사들였다. 베토벤은 항상 집에서 '퍼컬레이터 percolator'라는 커피 추출기로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셨다. 그 당시 커피는 커피 가루를 물에 넣고 끓인 뒤 천에 거르는 방식을 사용했다. 커피를 다 내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5분, 이 기다림의 시간은 빽빽한 음표들 사이에서 잠시 고개를 들고 햇볕을 쬐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쌉쌀한 커피 향과 함께 형체 없는 무언가가 그의 마음에 스며든다. 영감이다.
"나는 아침식사에 나의 벗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나의 벗인 커피를 빼놓고는 어떤 것도 좋을 수가 없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나에게 60까지 영감을 준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오늘날 그의 명작을 들을 수 있는 건 바로 이 커피 덕분일 것이다. 서서히 청력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그의 전부는 음악이었지만, 그에게 에너지원이며 휴식 같은 존재는 커피가 아니었을까?
<8그램의 행복 / 김현정, 신미경,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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