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때 고구마가 조엄에 의해 처음 소개된 것으로 배웠다. 그러나 조엄보다 앞서서 고구마를 소개한 사람은 이광려(李匡呂)이다. 서울에 살고 있던 이광려는 중국 명나라의 책인 <농정전서>를 통해서 고구마의 존재를 확인하고, 중국에 가는 사신에게 이것을 구해오도록 부탁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1763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가는 조엄에게 이것을 부탁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미덥지 않아 강계현에게는 "부산과 동래에는 고구마를 재배하는 농가가 있을 것이나, 그들은 그것이 고구마인 줄 모른다. 그러니 그곳을 뒤져서 종자를 구해다 달라"고 청을 넣었다.
이광려의 예측이 맞아떨어져 종자를 구했지만, 서울에서 재배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데 당시 동래부사 강필리는 이광려가 제공한 정보에 자극을 받아 동래에서 고구마를 직접 시험 재배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결국 농법에 관심을 가졌던 일군의 실학자들이 고구마 재배법에 대해 그들의 책에 상세히 서술하였고, 전국으로 재배를 확대하자고 주장하였다.
심지어 박제가는 왕실에서 고구마를 재배를 권장하도록 상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김장순은 전라도 보성에서 고구마 재배에 열을 올리고 있던 선종한을 만나 서울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일제 시대에 들어가서야 고구마는 전국에서 재배하는 작물로 퍼진다.
-그림속의 음식, 음식속의 역사
- 주영하 지음
- 사계절
- 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