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구병산 산행기
(2009. 3. 28)
구병산은 보은에 있다.
충북 알프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구병산(九屛山)이니 9개 병풍이란다.
구봉산이야 봉우리 봉우리 세어보면 팔봉인지 구봉인지 알 수 있겠지만
구병산 바위 병풍이 9개인지 8개인지 어찌 헤아려 볼 수 있을까?
아마도 새싹이 돋기 전이라야 온전히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싹이 싹 나지 않은 산은 그 나름으로 속속히 보여주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흑백 같은 산에 화려하지 않지만 작은 봄꽃이 피어있기를 기대하면서...........
마을 사이로 가야하는 길이 왠지 부담스럽다.
시골에서 일하고 계실 부모님 생각에 몹쓸 내가 죄스럽다.
아저씨는 산불조심 통제하는데 아줌니는 두부 만들고 있다.
둘러서서 구경하자니 때를 못 맞추었다.
우리는 올라가야 하는데........
처음 이 산을 찾았을 때도 봄이었다.
아마 그때 노랑제비꽃을 보았을 것이다.
하산 길에 할미꽃도..............................
계곡물에서 발도 씻었나 보다.
정수암자 약수터는 말라 있었다.
마시기만 하면 7일씩 수ㅡ명이 늘어가고
스님 6개월을 못 견뎌 폐허가 되었다는 그 약수물은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마시고 한달음에 853봉 올라 표지석을 반으로 갈라놓았을 그 약수....
약수도 쉬고 있는가 보다.
꼭꼭 숨겨 가지고 간 빈 병이 무안하게 되었다.
갈잎 낙엽이 수북이 쌓여 가을소리에 미끄러지며 올라가는 길은 제법 운치이다.
가파르지만 오르지 않으면 어찌 다다르리...
고개를 처 들고 보니 조악한 절벽에 그림은 없다.
어찌 병풍이라 할 수 있으리....
잠시 다녀온 853봉에서 먼저 간 산우님들을 찾아보니 작은 점이 되어 있었다.
부랴부랴 따라가니 꼬드머리다.
꼬드머리라도 쉬지 않고 가니 식후경판이다.
먹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인 것은 다 먹자고 산에 오르기 때문이다.
이쪽은 양지인데 저쪽은 음지..........
고드름이 가파른 올림길에서 오르려 애쓰는 우릴 겨누고 있다.
소나무 멋있는 정상에 올랐다.
야~~으~~호~~~~ 소리 없는 포효~~~~~~~~~~~
정상에서 보니 산 너머 산이다.
산과 산이 수없이 이어져 있는 산들이 우리 산들이다.
그 사이 사이 작은 터에 사람의 흔적이 알알이 박혀 있다.
높은 곳에 올라 낮은 곳을 보며 높은 산이 주는 희열에 잠시 서성이고 있었다.
정상에서 일탈하여 조금만 내려가면 또 하나의 볼거리
풍혈.... 3개........
한 겨울에 온기가..... 한 여름엔 냉기가 흐른다는 풍혈...
혈자리다.
높은 곳에서만 놀아서 그 밑에 중요한 혈이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내려가는 길은 줄기차게 가파르다.
위험하다 해서 만들어 놓은 디딤길은 온전한 데가 없다.
작년에 공사한 게 다 그 모양이다.
아주 더운 날 공사하는 것을 보았는데 더위 먹었었나 보다.
나 먹을 물 밖에 없어서 물 공덕 없이 지나쳤더니 그 모양이다.
경제 어려우니 얼릉 조기 보수해야지..............
아니면 산 그대로 두던지.................
내려가기 바쁘지만 가끔 올려다보면 나무 사이로 바위가 거대하다.
조심조심하느라 정신없는 통에 놓쳐버린 이 길을 올라가야 할 일이 생겼다.
한번 올라가 보기로 다짐했기에........
폭포가 있었던 자리에 잠시 물이 보인다.
물은 잠시만 보여줄 뿐 다시금 땅속으로 숨었다.
그리고 내내 보이질 않는다.
작년 알탕하느라 쉬었던 자리를 보니 역시 물이 없다.
산에서 내려오니 다시금 고향집 같은 마을이다.
마을 주민 길목을 지키고 앉아 반기지만
우린 산행을 마쳤다는 자축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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