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흔적들

구병산 산행기(2008. 7. 29)

산들행 2009. 3. 30. 11:27

큰 비에 하늘은 까맣게 흐렸다.

그러나 일요일은 비가 없을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믿었다.

 

구병산은 아마 세번째.......

적암휴게소에서 한번, 만수리 저수지에서 한번...

그러나 아뭇것도 기억에 없었다.

 

들머리 날머리가 적암리이다.

돌아서 제자리........

버스 한대 헤메더니 가버린다.

들머리를 지나자니 일하시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뒷동산 같은 숲이 우거지니 깊은 산속이 된다.

땀이 흐를수록 숲은 밀림이 되었고

바위도 나무도 홀로 가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수암자 절터의 개구리 돌상이 혼자라서 안쓰럽고

7일씩 늘어나는 불로장생과 6개월을 못 버티는 정력의 전설이 깃든 옹달샘물이 시원하다. 

절터의 무상함은 산위로 올라가면서 사라졌다.

 

853봉으로 올라가는 길.....

갈길에 바쁘지 않아 쉬엄쉬엄 전진한다.

절벽지대이니 조심하란다.

그러나 희미한 발자국 흔적이 있으면 그곳으로 암벽을 탄다.

딱 한번 우회하였다.

왜?

떨어질까봐!!!!!!!! 겁이 났다!!!!!!!!!!!

우회하고 보니 853봉이었다.

 

조망 좋은 곳에서 이리저리 둘러본다.

정상을 향해서 가름해 본다.

절벽이 있는 봉우리와 세월에 구부러진 소나무가 기이하다.

소나무는 왜 그곳에 있을까?

역시 속리산 자락은 소나무가 홀로 제 멋이다.

  

안내판이 이해가 안되어 알바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길을 바로 잡아 간다.

가다보니 한 무리 산행객을 마주친다.

인사하니 아침에 만났던 버스의 사람들........

 

구병산 정상은 876m

땀 흘리고 힘들게 올랐으니 오래 머문다.

구병산에서 시작된 충북의 알프스는 어디로 뻗었는지 굽이굽이 살펴보았다.

산 아래 멀리 산에 갖혀 있는 마을과 삶의 터전들, 그리고 연이어져 있는 길

야으호~~~~~~~~~~~~~

그런데 정상이 주는 희열은 지금이 자리에 없다.

다시 가 봐야 하나??????

 

정상에서 줄타고 내려가니 자그만 돌탑이 쌓여져 있다.

지극정성이다. 산속의 조형물.........

그리고 풍혈이 2개...

손을 넣고 이리저리 둘러 보아도 찬바람은 없다.

언제 나올려나..............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 오르고  위성기지국을 향해서 하산한다.

둥근 통나무들로 나무계단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오르는 길 내려가는 길 조만간 나무계단으로 될 것이다. 

조심조심....... 안 넘어지게 조심조심.........

 

분명히 계곡물이 흘렸는데 안 보인다.

산속에서는 물이 땅속으로 숨어서 흐르기도 한다.

얼마나 큰 땅속 길이 있을까???

 

흙길이었다  돌길이었다 하는 길을 내려가니

작은 폭포가 있다.

그리고 그 옆에 무너질 듯 흔들리는 철계단.......

쇠도 줄을 붙들고 삐그덕 출렁출렁........

물을 이기지 못했음이다.

여기서 씻고 쉬고 하여 산행의 수고로움을 잠시 내려놓는다.

 

내려갈수록 다시금  뒷동산 같은 분위기가 난다.

숙여져 있는 뽕나무가 이 곳과 저 곳을 가른다.

숨겨진 한적한 곳에서 훌러덩.......... 풍덩.............

시원하다!!!!!!!  시원해!!!!!!!!!!!!!!!!

느껴지는가요????

 

마을 쉼터에는 나보다 열배나 더 많은 할머니들이 무리져 나를 본다.

나는 그 눈길들이 부끄럽다.

내려와서 보니 버스가 4대나 있다.

 

하늘다리 놓듯이 절벽을 둘러 절벽다리 놓았으면....

허공중에 뜬 다리는 잘도 만들면서 절벽에 붙은 다리는 왜 안 만들까???

이것이 구병산에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리고 구병산은 검색되는 지도와 사진들마다 지명들이 다르다. 도무지 종 잡을 수가 없다. )

(2008.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