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꿈속에서 달려온 덕유산 산행은 곤돌라에서 시작되었다.
포대같은 헐렁한 옷에 큰 고글은 니덜이고, 달라붙는 옷에 작은 썽구리는 우덜이다.
니들은 미끌거리는 보드를 타고, 우덜은 쇠징이 박힌 아이젠을 찼다.
니덜은 방위병 같이 이리저리 혼란스럽게 돌아댕기지만, 우덜은 줄줄이 줄맞추어 당당하게 걸었다.
그리고 니덜은 넘어져 미끄러져도 서로 본체만체 하지만, 우덜은 넘어진 넘 올라타고 눈 덮어주었다.
스틱 두개이거나 맨손인 니덜이지만, 우덜은 스틱도 있고 배낭에 무엇인가 잔뜩 들었다.
니덜이 안보이는 곳에 우덜의 원군들이 중부장하고 줄줄이 오더라.
니덜 이젠 죽었다!!!!!!!!!!
<니덜>
<우덜>
니덜과 헤어진 우덜은 이랬다.
겨울산이 주는 눈꽃산행은 헤어짐부터 줄거움이었고 환상이었다.
덕유산 향적봉 1,614m.......
니덜과 설천봉에서 헤어져 우덜만이 오른 산이다.
4번째로 높다는 이곳에서 덕유산을 두루두루 둘러보았다.
산기슭에서 노니라 못보았겠지만 참으로 웅장하고 참으로 장대하더라......
녹색의 향연이 펼쳐졌을 이곳은 지금 하얗이 천지였다
하얗 능선과 희색하늘, 하얗 산구름 그리고 하얗 나무들이 그림을 크게 그려놓았다.
다 보여주기 아까워 솜사탕 같은 구름으로 살짝이 가렸으니 이쪽과 저쪽이 다른 풍경이었다.
오른쪽으로 보고 왼쪽으로 보며 되돌아보니 같지만 다 다른 조망이었다.
그것들이 주는 감탄을 가슴속에 담으면서 걸었다.
눈꽃터널 사이로 눈길을 따라 줄줄이 줄맞추어 가니 그 또한 한 폭 도영상 아니겠는가....
높은 나무 눈꽃은 하늘과 같이 그려보고 작은 나무 눈꽃은 키 높이로 통과하며 낮은 관목 눈꽃은 높은 시선으로 담았다.
눈밭에선 일부러 넘어지기도 잼났다.
혼자서, 둘이서, 여럿이...........다 제각기이다.
눈 덮어주고 넘어진 이에 포개져도 죄가 되지 않았다.
그저 줄거웠다.
덕유산의 장쾌한 능선이 주는 시원한 눈 맛에 산의 경이를 만끽했다.
그래서 산이 주는 아름다움을 추억속에 담아두었다고 하는 것이다.
눈꽃 핀 눈꽃터널 눈길을 걷는 줄거움에 몸의 정기는 상승했다.
그래서 덕유산 지기를 만땅 채워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럼 니들은 어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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