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흔적들

설악산 대청봉 희운각 비선대 천불동 계곡 산행기

산들행 2009. 12. 28. 15:27

2009년 송년 산행 설악산을 다녀왔다.


자리없을 새라 조바심에 자리부터 먼저 차지하고 앉는다.

겨울산이 주는 추위, 눈, 시간이 마음을 짓누렀지만

역사에 남을 망년회에 몸부터 먼저 축났다.

그래도 가야하는 것이 진정한  산행인의 자세...


밤에 같이 동행한 꽃사슴님은 날이 밝자 볼수가 없다.

설악산이나 지리산만 간다더니 핑크님은 녹초가 되어 내려왔다.

산이 거부한다는 말로 내려간 이는 다른 곳으로 스며들었다.

회장님과 총무님은 제 맘이라 C 코스도 만들어 댕긴다. 

마녀님 가는 길에 떡대같은 미군장정 열명이 흔들바위를 밀어 굴러 떨어졌는데

그 소리가 얼마가 크던지 뻥이요~~~~~~~~~ 소리가

공룡능선과 천불동까지 들렸단다.


오색약수터에서 부터 마빡에 불을 켜고 헉헉대며 오르지만 힘이 부친다.

인생은 세월에 무상하고 물은 흐름에 무상하다더니

체력은 술에 무상하다.

되돌아가고 싶었다.

왜 ??

힘드닝께...

애휴~~ 힘들어~~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 뿌듯하다.

통증은 이제 희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쉬엄과 걸음을 부지기수로 반복하는데 희뿌연이 날이 밝아온다.

대청봉인 것이다. 해돋이고 머시고간에 찬바람만 밉다.

해돋이는 구름속에 갖혔으나 추워진 몸은 대피소에 갖혀 버렸다.

미지근한 아침밥에 회원님들의 따뜻한 정담으로 몸과 마음이 풀어진다.

체력을 추스리곤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걷는다.

다 좋은 곳이겠지만 이 길이 가장 줄겁다. 발걸음도 가볍다.


만물상이 주는 설악산의 장관 앞에서 우리는 갈라진다.

공룡능선을 지나야 설악산을 다녀왔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

아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능선만 다녀선 절대 안된다.

스스로 위안해 본다. 그리고 저질체력을 미워해 본다.


갈림길은 갈라지는 곳이기에 한 무리 천불동 계곡으로 스며든다.

일명 설악산 B코스팀이라고 부른다.

대청봉에서 희운각으로 오면서 볼 수 있었던 설악산의 장관은

계곡속 머리위에서 조명된다.

눈을 들어 올려다 봐야 하는 세계이다.

능선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은 계곡만의 특징이다.

장쾌함은 없지만 웅장함으로 압도한다.

우리는 계곡 사잇길로 가는 우리는 꼬멩이가 되어버렸다.

내려가는 계곡은 깊기도 깊다.

산은 무엇이 바쁘다고 땀을 흘려 얼려버렸을까?

댓빵 큰 고드름 달고선 제각기 자랑이다.

커다란 바위는 좁은 계곡 틈에 낑겨 있다.

내려와 보니 넓은 곳은 작은 돌들이 널널하게 딩굴고 있다.

천년바위에 자리잡고 앉으면 내자리... 푸른 소나무가 장하다.

얼음사이로 선녀탕이 보이지만 날개옷은 온데 간데 없다.

나뭇꾼 같은 머시마들 잔뜩 내려가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해병대는 한겨울에도 잘만 입수하더만 선녀님은 겨울내내 목욕도 안하나 보다.


길게 늘어선 계곡 트레킹은 하나의 모습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다.

위로, 아래로 다양한 천불동 계곡의 골 맛을 능선위로 간 이들은 모를꺼다.

봄날의 화사한 전령들, 여름날의 왕성한 세력 그리고 색색이 옷 갈아입는 가을날의 정취가

천불동 계곡에 지금은 없었지만 겨울바위와 겨울나무만이 제 자리에 있었다.

그 사잇길로 B코스팀은 내려왔다.

간간이 베낭을 뒤져 남은 것들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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