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흔적들

월악산 하봉 중봉 영봉 한풀이

산들행 2009. 11. 23. 21:54

 

월악산은 악자가 들어간 산인지라 웬지 망설여지는 산이다.

악!!!!!!!!!!!  소리 난다고 .........

게다가 눈까지 왔다하여 아이젠 없으면 B를 타라고 권한다.

산행은 곧 안전, 각자의 선택에 따라 갈라진다.

난 A...........


보덕암까지 가는 시멘트 길은 경사가 있어서 힘들다.

농부 땀 흘렸을 경사진 밭에 고추대 말라 있고, 브로콜리 서리에 묻혀 있다.

사과나무는 첩첩산중 산동네로 자리를 넓혀가는 중이다.


보덕암에 오르니 비로소 월악산을 타는 맛이 난다.

그 맛은 땀을 요구하는 짠맛!!!!!!!!!!!

난 후줄그레 땀나는데 쌍끌이님 털모자 쓴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나만 이상한가 보다. 머리가 젖어드니.....

나만 힘든가 보다. 자꾸만 처지니............

힘든 산 왜 오르느냐고 질문도 해보는 것 보니 힘들긴 힘든가 보다.

그러나 앞선 이 스틱에 눈깔 찔릴듯이 바짝바짝 따라붙어

숨이 가쁘지만 멈출 줄 모르고 오른다.

 


참나무 단풍나무 낙엽 밟으며 길 흔적 찾아 오르고 걷는다.

하봉에 다다르니 줄로 막고, 천으로 막고, 경고로 막아 못 가게 한다.

돌아가는 길 밑에서 올려다보니 절벽 낭떨어지!!!!!!!!!

올라서면 쓰릴 있을까????

얼음덩어리 가끔 보이는 다람쥐 길을 잽싸게 통과한다.

계단은 계단으로 이어졌고, 오르고 올라 능선이다.


높은 곳에 올라 둘러보니 비로소 조망이라 한다.

중봉에 올라서자 저 멀리 멀리 더 마니마니 보인다.

충주호가 어우러진 첩첩산중이 이어지고,

물위에 다리가 아름답다.

배가 지나가는 모양인지 물결이 갈라진다.


아~~~~~ 이 맛이다!!!!!!!!.

돌아간 이는 비(B)맛일 것이고 여기는 에이(A)맛!

맛보기는 눈맛이다.


하봉 중봉은 상봉인 영봉을 향해 줄달음쳐 있다.

계단..........

계단을 오르는 자만이 영봉에 오를 수 있으리라

턱까지 헉헉대는 한숨에 한발, 또 한숨에 또 한발 올려놓으니 300m 계단이다.

영봉에 다달으니 히유~~~~~~~~~~~~~하고 긴 숨이 절로 나온다.

월악산 영봉.....................

힘든 수고로 오른 자만이 영봉에 서서 산이 주는 희열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바위종다리가 노니는 영봉은 까마득한 곳에서 아찔한 조망을 보여준다.

멀리 주흘산이 기우뚱 기운 듯 기이한 모양으로 희미하게 자리잡아있다.

그리고 이름 모를 많은 산줄기들이 영봉을 에워싸고 있다.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좁은 터를 아쉬워하며 돌아선다.

또 다시 계단...................

A코스팀 내려갈 적에 B코스팀 올라온다.

헤어진 뒤에 만남은 반가움이고, 먼저 올랐음에 성취감이 스며드는데,

슬슬 찾아드는 허기로 발걸음에 힘겨움이 묻어난다.

영봉을 머리 위에 달고 빙 돌아 헬기장에 모여모여 삼삼오오 둘러앉으니,

여기저기 옷 폼새 제 각기라 음식도 제각각.....

총무 아씨가 부지런하였으니 젤로 많이!!!!!

갖은 산우님 모였으니 술 또한 가지가지......

술은 회장님이 좋아라 하신다.

그러나 가지가지 중에 대장님 도시락이 젤이다.

노랑옷 친절한 금자씨님과 둘이서 맛나게 드셨다.

 


내려가는 길은 오르는 길보다 수월하겠지만 긴긴 내리막길에 집중해야 한다.

간간이 눈길을 들어보니 오를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눈 맛을 보여주는데,

소나무와 바위가 홀로 자리잡아 그 자리에 있고

월악산 영봉의 고고한 자태를 나뭇가지 사이로 내비친다.

 


산이 주는 행복에 젖어 가을날 화려했을 낙엽 밟으며 걷다보니.....

덕주사 마애석불!!!

나라 망해먹고 금강산 가면서 병사 모아 어쩌구 저쩌구 ...........

덕주공주 만나서 마애석불 남겨놓았다니..............................

나라 망한 이 마의태자라고 하면서 전설을 남겨놓았으니...

애휴~~~~~~

외침에 망쪼 들고 산속에 산성 쌓아 놓으면 어쩌자고??????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였음을 처절히 반성하고,

그래서 터득한 깨달음을 후손에게 전해야지....................

왜 한풀이만...........................................................

 


궁시렁 궁시렁 돌길을 어기적 어슬렁 내려오니 적막하다.

그러나 그러나 좁쌀동동주 세 잔에 희희낙낙하면서 줄거이 산행을 마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