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흔적들

오래전 일기장의 계룡산 산행기

산들행 2009. 12. 24. 17:26

계룡산에 올라

1992년 1월 1일


1991년을 멀리 보내고

새로 맞는 크게 망할(大望) 1992년 1월 1일!

계룡산에 오른다.


등산로 처음과 끝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새해를 계룡산에서 맞이하기 위함인지.....

새해의 소망을 계룡 산신령님께 빌려함인지....

부모님 따라 나선 꼬마들의 힘들지 않은 걸음에 살포시 감동에 젖는다.

아리따운 처녀의 희희낙락에 화장하지 않은 모습이 아름답다.


정상에 서면 계룡산 속속들이 들이다 보이고,

멀리 멀리 아스란히 경치들이 아름답다.


“이 곳에서 멀리 바라본 동산의 모양은 너무나도 눈부시기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하이얀 눈이 낙엽을, 잔풀을, 벌거벗은 돌들을 덮고 있음인지

계룡산 산행길은 단조롭다.

녹지 않은 눈길 위에 무수히 많은 발자국,

나무위엔 눈이 쌓여 계룡산의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그러나 난 나무가 안쓰럽다.


앙상한 가지 위에 오직 흰눈이 짓누르고 있었고

간간히 들리는 산객들의 악다구니...

야~~~~으~~~~ 호~~~~!!!!!

크게 내지르는 소리에 세상의 애욕이 얼룩져 크게 흐르는 것 같다.

오직 내가 지르는 소리에 반향이 크게 되울려 오기를 바람이고

내가 지르는 소리에 계룡산 산신들의 놀람이 있어

새해에는 소원이나 성취하게 해 달라는 듯 들린다.

 

겨울산행은 시간 속에 흐를 뿐이다.


신록이 푸를 땐 가득 차고 넉넉한 것 같던 계룡산,

어느 해인가 처음 오르던 날!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던 높은 산,

산신령의 산,

바로 그 산이 계룡산!


하얀 눈들이 쌓여 있는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셀 수 있을 듯이 나무들이 자리잡아

속속들이 보이는 계룡산은 넉넉하지 못한 산이었다.

산토끼 하나 살지 않을 허무의 산이었다.

남매탑에 얽힌 전설만이 계룡산의 허무를 채우려 하였고,

웅얼웅얼 울려대는 독경소리가 계룡산을 호령하려 하였다.


“난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사회생활 초년시절 1992년 일기장에 쓰여있다.

조금은 수정했지만 무엇인가 맘속에 벨벨꼬여 있다.

힘들어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