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의 흔적들

속리산 천왕봉

산들행 2010. 1. 20. 00:05

 2010. 1. 23. 토요일 오후 늦게 출발하였다. 12시 45분쯤 부터 시작하였다. 

 속리산 상가들은 매우 조용하였고, 일부는 문을 열지 않았다.

 오가는 사람도 매우 적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화려한 시절은 시간의 뒤안길에나...

 오로지 매표소만이 생기있어 보인다. 문화제 관람료 3,000원... 그냥 지나갈 것인데 왜???

 

 입구에서 부터 길다란 나무들이 도열한 기나긴 평탄길을 걸어야 비로소 세심정에 도착한다.

 오늘은 천황봉으로 길을 잡았다. 내려오는 사람이 있으나 오르는 사람도 간간이 있다.

 세심정에서 조금 올라가다가 비로산장과 천황봉의 갈림길에서 천황봉으로 향한다.

  그리곤 태실이 있다는 안내판도 있다.

 나무따라 새소리 따라 산길을 오르다 보니 석문이 있다.

 석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 계단을 올라야 하고... 다리는 건너야 하고.... 바위는 타야 하고........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걷다보니 조망이 좋은 곳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잠시 쉬면서 이리저리 속리산이 주는 조망을 둘러본다.

  상환암은 들렀다. 제법 양지바른 곳에 위치했다. 작은 텃밭도 있었다.

  "들어가지 마세요. 산사의 겨울양식입니다"란 안내판이 보인다.

  상고암을 들러볼까 하였으나 시간이 촉박한 것 같아 포기한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가 목적지인 천황봉이다.

 

  조릿대가 눈길을 안내하고 있다. 낮은 자세로 보니 나름 운치있다.

  작은 조릿대를 더 낮은 자세로 보니 큰 조릿대 이다.

  작은 것은 더 작은 것에 비하여 큰 것이고, 큰 것은 더 큰 것에 비하여 작은 것이다.

 

  속리산에서 만난 늑대개....

  조심조심 살곰살곰 눈치보면서 피하니 너는 하행길... 나는 상행길....

  이별이 하나도 안 슬펐다. 덩치 큰 개를 산중에서 갑자기 만나면 당연히 무섭겠지.

  동네에서 만났으면 뒨장 발라야 된다고 우겼겠지만 산중에선 눈치만 살폈다.

 

  천황봉이 가까워 지면서 조망이 시원하다.

  속리산의 멋과 특징은 소나무 하나하나의 멋과 산에 박혀 있는 돌들이다.

  속리산은 속리산만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처음엔 느끼지 못했지만 자꾸만 자꾸만 속리산이 주는 아름다움이 다가온다.

  많이 느낀 후 그 느낌은 글로서 표현해 봐야겠다. 

  지도상에 나타난 봉우리를 가름해 보니 이 봉우리는 비로봉일 것으로 추측된다.

  비로봉 너머로 가면 입석대 신선대 청법대 문수봉 문장대가 나온다.

 

 눈 온 나라의 산은 하얗다. 하늘은 파랗다. 멀리멀리 보인다. 좋다.

 

  눈이 나무가지에 살포시 앉아 눈꽃나무를 이루었다.

  노랑이, 빨강이가 아니여도 좋다. 하양이 나무다.

  세찬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눈꽃이 아니라 살포시 앉아 만들어진 눈꽃나무...

  바람이 눈꽃나무 아플새라 숨 죽여 넘어간나 보다.

 

 조릿대와 관목 그리고 키 작은 나무들이 산길을 오롯이 내주었다. 

  눈 온 후 맨 처음 이 길을 걸었던 사람은 행복했을 것이라 부러워 해본다. 

 

 가운데 튀어나온 바위가 문장대 이다. 그리고 왼쪽의 뽀족한 봉우리는 관음봉...

 천황봉에서 비로봉 입석대 신선대 청법대 문수봉 문장대 관음봉 묘봉으로 이어지는..

 그러나 막상 가보면 어느봉인지 봉 이름을 모른다. 

 산마다 봉우리 마다 이름이 있을터인데 아직은 난 그걸 모른다.

 다음엔 하나라도 알아야지...

 

   한국의 산하는 첩첩산중이라서 좋다. 산 너머 산이 이어져 산하을 이룬다.

  그 골마다 사람들이 깃들어 산다.

  파랑 하늘이 퍼져있다.

  그리곤 하나를 이루었다.

 

  날씨가 제법 화창해서 멀리멀리 보인다.

  푸른 소나무가 산을 다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 내어주지도 않았다.

 

 산마다 골이 졌으니 골맛이다. 눈으로 하얗게 밑바탕을 채색하곤 푸른 소나무로 산그림자를 이루어 놓았다.

 

  자! 천황봉 1,058m...

  지도엔 천황봉이고, 정상석은 천왕봉이다.

  이곳에서 뜨거운 물을 마시면서  아름다운 산하를 조망했다.

  그리고 속리산 천황봉의 정기를 농축하였다. 보내다. 너에게.... 소원하시는 바 이루시길 기원하면서.....  

 

  천황봉에서 낮은 곳으로 스며들었다. 문장대까지 갈려니 시간상 무리다.

  입석대 지나 경업대쪽으로 내려갈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홀로가는 길에 나무며 경치를 두루두루 섭렵해 간다.

  바위는 푸른 하늘을 사이에 두고 헛길을 내어 놓았다. 저 너머로 낭떨어지이다.

 

 나무는 자신을 비웠다. 여름의 무성함을 다 내려놓고 줄기만이 본연을 지키고 있다. 

 버릴 줄 알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산은 버린 것이 많기에 속속들이 보인다.

 

  또 다시 석문이다. 이름하여 천황석문...

  돌과 돌이 포개져 서로를 지탱하면서 만들어진 석문....

  거대한 바위가 작은 틈을 만들고, 그 틈 사이로 더 작은 내가 통과한다. 통과의례인 것이다.

  그리곤 휴~우~~  

 

 산중에 넓은 조릿대밭 너머로 큰 바위는 하늘을 향해 우뚝 쏫았다.

 하늘만 푸르고 흰구름은 제 자리에 있다.

 따스한 빛이 조릿대밭을 차지하고 있다. 차가운 바람이 간간이 굽이쳐 지나간다. 

 

  입석대....

  대개 문장대에서 문수봉 신선대를 통과해서 경업대 쪽으로 내러온다.

  이 때 경업대에서 볼수 있는 입석대.. 비석같은 돌.... 

  아무것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훗날 큰 통일을 이루거든 역사에 길이 남을 비문을 새겨 놓았으면 하고 중얼거려 본다.

  기념비적인 입석대가 되어 이 산하에 전설이 흐르도록.........

 

  천왕봉에서 내려오면서 만난 입석대를 뒤에서 보니 ...

  미켈란젤로의 조각상들이 다 그렇듯이 처음엔 다 미완의 돌들이다.

  볼품없는 바위들도 예술을 품으면 예술품이 되는 것이다.

  이 입석대도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

 

 배가 고파 허기졌다. 늦은 점심을 4시 넘어서 먹었다.

 그리고 부랴부랴 내려오는데 5시가 넘어간다. 날은 어두워 가고.....

 세심정에서 아주 오랜시간을 걸어야 차에 접선할 수 있다.

 처음 오를 때는 그런대로 그 길이 그랬지만 시간이 늦어지니 그 길은 지루한 길이 되었다.

 다른 입산길을 만들어 달라고 청원해 볼까 생각해본다.

 입장료 밭으면서 엄청 긴긴 평탄길이 싫증난다. 지루하다. 난 지쳤는데.....

 법주사-세심정-천황봉-비로봉-입석대-경업대-비로산장-세심정-법주사, 5시간 산행길이었다.

 천황봉 올랐다는 성취와 흘린 땀으로 몸과 마음은 상쾌해졌다.

 

 아고!! 늦었다. 생신잔치 다 끝내고 밥 다 먹은 다음이었다. 눈총 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액션이다.

 다음엔 어느 코스를 잡아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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