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저만치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또 다른 사람 하나를 발견했다.
놀란 나는 그를 소리쳐 불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는 베낭을 메고서 걷고 있는 또 다른 나였다.
나는 그 또 다른 나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미래의 나를 향해,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니 뒤쪽에서는 또 과거의 내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꿈을 꾸었다.
대지와 하늘의 구분조차 없는 막막한 공간을 나 혼자 방랑하는 꿈이었다.
시간마저 지워진 하얀 지평선을 향해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도 없고, 반향되어 오는 메아리나 그림자도 없는 세계였다.
나는 다만 먼 지평선을 목적지 삼아 끝없이 걸어야만 했다.
그리고는 날이 밝았다.
- 지구별여행자 - 류시화 - 감영사 - p110 ~ 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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