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글 들

지구별 여행자

산들행 2010. 2. 3. 10:58

그때 나는 저만치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또 다른 사람 하나를 발견했다.

놀란 나는 그를 소리쳐 불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는 베낭을 메고서 걷고 있는 또 다른 나였다.

나는 그 또 다른 나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미래의 나를 향해,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니 뒤쪽에서는 또 과거의 내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꿈을 꾸었다.

대지와 하늘의 구분조차 없는 막막한 공간을 나 혼자 방랑하는 꿈이었다.

시간마저 지워진 하얀 지평선을 향해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도 없고, 반향되어 오는 메아리나 그림자도 없는 세계였다.

나는 다만 먼 지평선을 목적지 삼아 끝없이 걸어야만 했다.

그리고는 날이 밝았다.

 

- 지구별여행자

- 류시화

- 감영사

- p110 ~ 117

지구별 여행자


'펌 글 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태 황태알포 먹태  (0) 2010.02.12
풍경소리  (0) 2010.02.10
베풀어야  (0) 2009.12.22
일과 휴식 그리고 진정한 도움  (0) 2009.12.21
[스크랩] [월드 이슈] 농지개척인가 新식민주의 부활인가  (0) 2009.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