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만들어지는 깊은 맛, 황태
바다를 버리고 진부령으로
기어올랐다.
서슴없이 가슴을 열고
너른 덕장에 목을 내놓고
눈을 감았다.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사이
체액은 모두 빠져나가고
남아 있던 한 움큼의 간이 밴
눈물마저 증발해 버렸다.
그리하여 마침내, 통증도
외로움도 사라진 어느 날 밤,
맨 목을 풀어 내리고
부활의 옷자락을 끌며
깨달음을 얻은 황태 대가리가
세상의 식탁을 향해 소리친다.
노랗게 여문 사리 하나 물고
<오명주 “황태”중에서>
명태를 바로 잡은 것은 “생태”, 얼려버린 것은 “동태”, 말려버린 것은 “북어”,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라고 부른다. “황태”는 생태를 한 겨울 덕장의 칼바람 속에서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서 만든 것으로 황금빛으로 익는다고 해서 황태라고 한다.
건조할 할 때 날씨가 너무 추워서 색깔이 하얗게 된 것을 “백태”, 백태와 반대로 날씨가 따뜻해서 색깔이 검게 된 것은 “먹태” 또는 “찐태”, 머리나 몸통에 흠집이 생기거나 잘려나간 “파태”, 머리를 잘라내고 몸통만 걸어 건조시킨 “무두태”, 작업 중에 실수로 내장이 제거되지 않고 건조된 “통태”, 건조중 바람에 의해 덕대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진 “낙태”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또한 건조를 마친 황태를 싸리나무로 20마리(작은 황태) 또는 10마리(큰 황태)씩 엮은 작업은 “관태”라고 하고, 관태를 한 황태 20마리를 “한 급(또는 쾌)”이라 하며, 30급(작은 황태 600마리)을 한데 모아 묶은 것을 “한 짝”이라고 부른다. 큰 황태 10마리씩 엮은 것을 30개(300마리)로 한데 묶으면 “반 짝”이라고 부른다.
건조가 잘된 황태를 선별해 배 쪽을 갈라서 벼와 아가미 등을 발려낸 후 햇볕에 잘 말린 것을 “황태포”라고 하고, 황태구이 등의 요리에 사용한다. 황태포의 껍질까지 뜯어낸 것을 “황태알포”라고 하며 황태전골 등의 요리에 사용한다. 황태의 속살을 요리하기 알맞은 크기로 찢어서 햇볕에 말린 것을 “황태채”라고 부르며, 황태해장국 등의 요리에 사용한다.
- 글 김양희
- aT, 2010. 02, 27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