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끼의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
끼니는 시간과도 같았다.
무수한 끼니들이 대열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지만,
지나간 모든 끼니들과 단절되어 있었다.
닥쳐오는 끼니를 피할 수도 없었다.
끼니는 파도처럼 쉴새없이 밀어 닥쳤다.
끼니를 건너뛰어 앞당길 수 없었고,
옆으로 밀쳐낼 수도 없었다.
끼니는 항상 새로운 시간의 밀물로 달려드는 것이여서
다만 속수무책으로 몸을 내맡길 뿐이었다.
끼니는 계속 돌아왔고,
나는 먹었다.
나는 말없이 먹었다.
- 김훈 장편소설
- 칼의 노래
- 펴낸곳 : 생각의 나무
- 개정판 25쇄 발행 : 2009년 7월 28일
- p 232~233
- 값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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