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작물

오순이와 오돌이 오이 사진

산들행 2010. 6. 20. 18:00

  오이꽃인데 남자꽃이다. 그래서 오돌이라 한다.

  숫꽃뒤에는 아주 작은 오이가 달여있지 않다.

 

 오이꽃인데 여자이다. 그래서 오순이라 한다. 암꽃뒤에는 아주 작은 오이가 달려있다.

 

 오돌이네 놀러갔던 꿀벌이 오순이네 방에 들면 오순이는 회임하게 된다.

 

 오순이꽃이 임신했으니 오돌이꺼처럼 생긴 새끼오이가 자라기 시작한다.

 애송이라 털이 송송 났는데 승질이 까시같다. 

 

 오순이는 제법 컸다.

 아직도 츠녀때 입었던 옷을 지니고 있어야 할 만큼 생이 힘겹다.

 

 오순이도 주인의 보살핌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법 길어지고 굵어졌다.

 

 끄트머리에 추억을 간직한 오순이 일생은 아직도 청춘이지만

 주인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생이 그렇듯이 피어나지도 못하고 병마에 쓰러지는 오순이도 있다.

 그래서 생로병사라 하는 것이다.

 옆집 오순이는 길어지고 굵어만 가는데 피어나지도 못하고 그러려니 한다.

 

 오순이 자식들중에는 꼭 이런 넘들이 있다.

 반듯시 자라라고 그렇게 훈계했건만 삐딱하게 굽어서 자란다.

 스스로 예술이고 곡예라 하지만 그것은 당신 생각일 분이다.

 

 굽어지고 삐뚤어진 말로는 버려지는 것이다.

 버림받은 오순이는 씨 뿌리고 가버린 오돌이가 원망스러울 것이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러게 배움에 있어서 반듯이 자라야 하는 것이다.

 

 반듯하게 자라기 위하여 성공한 오순이는 세상을 꼭 붙들고 견디었던 것이다.

 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생은 한결 가볍고 다들 고마운 사람인 것이다.

 

 오순이와 오돌이가 사랑했던 오이밭이다.

 거의 대부분 노란꽃은 오순이고, 오돌이는 거의 볼수가 없다.

 오순이도 인공수정하는가 보다. 오로지 주인의 손끝에 달려있다.

 주인은 오돌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먹기만 하고 오이가 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의 사랑은 오로지 오순이 뿐이다.

 

 키가 길다랗게 자란 오이밭에서 주인은 수시로 드나들며 병든 개체를 제거하고

 목 마르면 물을 주었던 것이다. 야외었다고 영양제도 주었다.

 

 오돌이 오순이가 짝짜꿍하던 오이밭 옆에는 강낭콩이 자란다.

 울타리 강낭콩....

 강낭콩네는 강돌이와 강순이가 한 꽃안에 살기 때문에 버림받는 꽃이 없다.

 단지 수태를 못하고 꽃으로 생을 마감하는 강돌이와 강순이가 많을 뿐이다.

 허나 강돌이와 강순이는 오돌이와 오순이를 부러워 하지 않는다.

 그들의 생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됨을 알기 때문이다.

 

 길어지고 굵어진 오순이네는 이렇게 새로운 분장을 한다.

 투명한 비닐팩에 30개씩 묶음으로 포장된다.

 다 그런 것이다. 그 동안 키워주신 주인을 위해 할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오이는 오돌이가 씨 뿌려 오순이가 키워낸 것인데 주인은 다른 사람이다.

 다 그런 것이다. 세상의 주인은 따로 있는 것이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다.

 같은 처지의 오순이들이 부지기수이다.

 

 잠시 비닐하우스에서 쉬었다가 갈곳으로 가야한다.

 기다림에 지칠 만도 하지만

 이왕 이래된 것이니 새로운 여행이라도 떠나는 기대가 만땅이다.

 

 그 동안 고생한 보람으로 리프트도 타 보는 것이다.

 너무 많은 오순이를 매만진 주인님은 세월에 기운이 많이 빠졌단다.

 그런데도 넓은 농토를 차지하고 앉아 오순이만을 바라보며 위하여 살고 있다.

 기운빠진 주인은 리프트라도 장만했으니 다행이다.

 비닐팩에 담겨진 오순이들은 아주 커다란 차를 타고 한양으로 긴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그리고 온 몸을 바처 남의 살이 되고 피가 될 것이다.

 오돌이와 오순이의 사랑이 이렇게 많은 우여곡절을 담고 있다.

 그러니 똥으로 싸지나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