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 녹두, 동부, 강낭콩등

팥죽과 동지 그리고 과학

산들행 2010. 12. 20. 18:40

 팥죽 한 그릇에도 과학이 숨어있다!


  동지는 글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우리나라 속담으로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진다’는 속담도 있고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도 있다. 첫 번째 속담은 말 그대로 동지가 지나면 해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을 노루꼬리로 비유한 것이다. 두 번째 속담은 추운 겨울 몸을 움츠리고 있던 각종 푸성귀들이 동지가 지나면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동지는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를 가리킨다. 음력으로는 11월 중기(24절기 가운데의 양력으로 달마다 중순부터 드는 절기)이며, 양력으로는 12월 22일 또는 23일을 가리킨다. 대설(大雪)의 다음이며 소한(小寒) 앞에 있다. 동지가 드는 시기에 따라 부르는 말도 다르다.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불렀다.


  동지는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 음(陰)이 극에 이르지만, 이 날을 계기로 하지가 될 때까지는 낮이 다시 길어지기 때문에 양(陽)의 기운이 싹트는, 사실상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로 여겼다.


  옛 사람들은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동지를 24절기 중 가장 큰 명절로 즐겼다. 옛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이 전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동지에 팥죽을 먹는 풍습이 있다. 팥죽은 찹쌀로 경단을 빚은 후 팥을 고아 만든 죽에 넣고 끓인 것이다. 이때 경단은 새알만한 크기로 만들기 때문에 ‘새알심’이라고 부른다. 떡국이 설날 음식이라면 팥죽은 동지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예로부터 질병이나 귀신을 쫓는 음식으로 알려져 왔다.


  팥죽에는 단백질, 지방, 당질, 회분, 섬유질 등과 비타민 B1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어 신장병, 각기병에 효능이 있다. 또 부종이나 빈혈, 숙취 해소 등에도 좋다. 겨드랑이 암내가 많이 나는 경우 팥 삶은 물을 많이 마시면 냄새 제거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팥 삶은 물은 숙취 해소에도 좋다. 설탕에 소금을 약간 가미하면 단맛이 훨씬 강해지는데, 조상들은 단팥죽에 소금을 넣어 단맛을 살렸다. 참고로 설탕의 0.2% 정도 소금이 가미될 때 단맛이 최고조에 이른다.


  팥에는 녹말 등의 탄수화물이 약 50%, 단백질이 약 20%, 지방, 당질, 회분, 섬유질 등이 함유돼 있다. 비타민 B1도 다량 함유돼 있어 각기병의 치료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타민 B1은 우리 몸의 신경과 관련이 깊어 섭취가 부족해지면 식욕부진이나 피로, 수면장애, 기억력 감퇴, 신경쇠약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때문에 정신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수험생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칼륨도 많이 함유돼 있는데, 칼륨은 염분이 들어있는 나트륨을 분해하기 때문에 염분으로 인한 붓기를 빼주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 몸이 비대한 사람이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몸이 여윈 사람이 먹으면 몸이 튼튼해지는 묘한 작용도 있다.


  또 팥은 피부가 붉게 부으며 열이 나고 쑤신 증상을 보이는 단독(丹毒)에 특효가 있으며 산모가 먹으면 젖이 잘 나온다. 팥은 이뇨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에 체내의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시키고 산모들의 산후 붓기 제거에 좋다. 팥과 다시마를 함께 삶은 것에 설탕을 섞어 먹으면 변비에 좋다. 그 밖에도 설사, 해열, 유종, 각기, 종기, 임질, 산전산후통, 수종, 진통 등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조상들은 팥죽의 풍습을 통해 일 년 동안의 만수무강을 기원했다. 팥에 이런 다양한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먹은 것일까? 선조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한겨레신문] 2010년 12월 20일(월) 글 : 과학향기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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