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수수, 기장, 메밀

조, 메밀과 자청비 세경본풀이

산들행 2011. 4. 9. 23:56

농사 신의 내력을 푸는 신화 세경본풀이 전하는 사연이다.

 

주년국 주년뜰에 김진국 대감과 조진국 부인이 부부를 이루어 살았다 ....................................................................

 

 

자청비가 하인을 죽여놓고서 혼자 돌아가자 부모님이 물었다.

"종을 데리고 서둘러 길을 떠나더니 너 혼자 돌아오니 어찌된 일이냐?"

자청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아버지가 대뜸 딸을 꾸짖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계집아이가 종을 죽이다니 이런 괴이한 일이 있나?"

"아버지는 자식보다 종이 더 중하단 말씀입니까?"

"그 종은 죽을 때까지 우리 집을 위해서 일을 할 사람이야. 그걸 모른단 말이냐?"

"그 종이 하던 일을 제가 다 하겠습니다."

"어디 한번 해 보아라"

 

자청비가 넓은 밭에다 조  닷말 닷되를 뿌려놓고 와서 고하니 아버지 김진국이 멸망일에 씨를 뿌렸다고 화를 내면서 한 톨도 빠짐없이 주워오라 했다. 자청비가 눈물로 다리를 내면서 한 톨도 빠짐없이 줍는데 닷말 닷되를 다 줍고 보니 한 알이 간 곳이 없었다. 끝내 한 알을 못 채워 돌아가자 아버지가 화를 내며 당장 나가라고 호통을 쳤다. 자청비가 허위허위 집을 나서는데 개미가 좁쌀 한알을 물고 가는 게 보였다.

 

" 말 모르는 벌레야. 너까지 내 간장을 태우느냐?"

개미 잔등을 푹 밟으니 이때에 난 법으로 개미 잔등이가 가늘게 되었다.

자청비는 좁쌀 할 알을 마저 가져다 두고는 여자 의복을 벗어놓고 남자 의복으로 갈아 입고선 정처없이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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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궁으로 나아가 옥황상제께 청하여 하늘 옥황 갖은 곡식종자를 얻어서는 하늘을 떠나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부모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부모님을 찾아가 살아온 사연을 다 고하자 아버지가 말을 했다.

 "설운 아기야, 네가 살려온 종이라도 데리고 가거라."

자청비는 정수남을 데리고서 세상 농사를 돌보러 나갔다. 자기네를 알아보는 사람들한테 밭도 갈아주고 하늘곡식 종자를 나누어 주어 풍년이 들게 하니, 자청비는 중세경, 정수남은 하세경 농사신이 되었다 그렇다면 상세경은 누구인가? 자청비 본남편 문도령이 상세경 자리를 차지했다.

자청비가 하늘에서 곡식종자를 받아올때 메밀씨를 깜빡 잊고 안 가져와 뒤에 다시 올라가 받아오니, 지금껏 메밀이 다른 곡식보다 늦게 되는 데는 이런 연유가 있다. 

 

 

- 살아있는 우리신화

- 신동흔 지음

- 펴낸곳 한겨레 출판(주)

- 6쇄 2006. 4. 17

- p 237~ 238, 249~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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