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
- 조선을 지배한 엘리트 선비의 두얼굴 -
✰ 계승범 지음
✰ 역사의 아침 펴냄
✰ 페이지 수 : 304
당대의 보편적 가치, 현대의 보편적 가치, 지위와 직책에 주어진 임무수행 능력 등 3가지 기준으로 조선시대 선비라는 인물군을 검증하고 재평가하여 독점 권력계층으로서 선비의 위선을 고발하고, 유교자본주의와 유교민주주의가 대두되는 현상에 대하여 비판을 하고 있다
저자는 조선시대 선비와 유교를 평가하여 현대 사회에 남아있는 선비의 자취와 유교의 유산을 진단하고 계승할 것과 청산 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으로서 선비는 선비 덕목을 진정으로 실천했는지 모르지만, 권력을 독점한 정치가로서 선비들은 나라와 미래를 위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였기보다 자신만의 가문과 당파를 위해 유교를 이용했음을 논증하고 있다. 선비들이 권력을 독점한 이후 잦은 외환으로 국가가 혼란에 빠졌고, 성리학 이외의 다른 의견에 대한 배척으로 당쟁이 빈번히 일어났다. 망한 명나라를 붙들고 끝까지 모화하여 나라의 주체성은 없어지고 국력이 약화되기 시작하는 시기가 선비들이 권력을 잡았던 시기였다. 특권층으로서 그들만의 명분을 강화하고, 서얼에 대한 차별, 여성에 대한 억압, 노비에 대한 천시 등 공고히 한 장본인이 바로 선비라는 집단이다. 즉 선비들은 지식인으로서 학문과 선비 덕목을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실천한 권력계층이였음을 고발하고 있다. 이런 선비 또는 선비정신은 조선시대 당대의 보편적 가치에 충실했는지 모르지만 현대와는 소통이 잘 되질 않으므로 유교자본주의, 유교민주주의란 이름으로 미화하고 포장하는 것을 저자는 비판하고 있다. 저자는 이같은 논점을 뒷바침하기 위하여 각 장마다 주석에 인용한 근거를 제시하였고, 총 143개의 문헌을 인용하고 있다.
역사상 지배계층으로서 본연의 임무에 태만하고 책임을 지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지식인으로 선비를 통렬히 비판한 점은 매우 공감되었다. 현대 정치에서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이 속한 정당과 권력을 미화하는 것과 같이, 조선시대의 선비들도 성리학이라는 잣대로 자신들의 특권을 공고히 했을 뿐, 나라와 미래를 위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았음에 안타까웠다.
그러나 당대의 보편적 가치, 현대의 보편적 가치, 지위와 직책에 주어진 임무수행 능력이란 3가지 잣대로 선비 또는 선비군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일방적으로 저평가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를 뒤이어 정통성을 이어가는 나라이므로 유교 또는 선비들의 영향을 기반으로 문화적 정체성이 형성되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적 정신문명에 기반을 둔 유교 또는 선비정신을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를 보완해주는 전통사상으로 계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본받을 만한 선비를 발굴하고, 선비정신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여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옛 사람인 선비를 현대인의 시각으로 평가하면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비의 행위보다 정신이나 사상을 재평가하면 다양한 공동체적 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선비 천국
1장 역사를 보는 눈
쉽고도 힘든 인물 평가 | 너무 일방적인 선비 평가 | 선비정신의 탄생
2장 선비 덕목과 조선 선비의 실상
선비의 조건 | 지조와 의리 | 청빈과 안빈낙도 | 공선후사와 극기복례 | 조선 선비의 실상
3장 검증된 바 없는 유교 이론
수신·제가·치국·평천하 | 덕치와 교화 | 상고주의 | 왕도와 신도 | 군자와 소인
4장 선비가 꿈꾼 나라, 그들이 만든 나라
차별의 나라: 서얼 | 또 차별의 나라: 노비 | 새로운 차별의 나라: 여성 | 철저한 차별의 나라: 명분 | 특권층의 나라: 양반 | 소인배의 나라: 작당 | 가난한 나라: 곤궁 | 모화의 나라: 소중화 | 상복의 나라: 장례와 제사
5장 유교적 선비와 21세기 대한민국
유교사회: 조선 버전의 세계화 | 트라우마: 식민지 경험 | 무서운 도박: 유교 부흥 운동 | 본말전도: 유교자본주의 | 견강부회: 유교민주주의
소통의 부재: 선비권력의 유산
에필로그: 이제 그만 선비를 역사로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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