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팔천
✠ 이상각 지음
✠ 출판사 : 서해문집
✠ 페이지 수 : 352
본 도서를 선택하기 전에 "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들의 가문과 당파만을 위하여 노비를 확대하고 천시하는 선비들의 위선을 고발하고 있었다. 그래서 양반들에 의하여 기록된 천민의 삶을 좀 더 알고 싶었다. 천민은 역사속에서 어떻게 기록되었고,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사극이나 영화 등에서 그려지는 하층민의 생활에 대한 이해를 넓혀 편견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아 보고 싶었다.
조선왕조실록, 고려사, 경국대전 등 11개 역사서와 53개 인용문헌 속에서 최하층 계급인 천민에 대한 기록을 찾아내고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천민은 8부류로 구분했는데, 노비, 기생, 백정, 광대, 공장, 무당, 승려, 상여꾼 등이다.
노비는 신분제의 폐단속에 계속 확대되어 소위 지배층의 착취대상이 되었다. 권력을 독점한 양반들은 나라와 미래를 위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였기보다 자신만의 가문과 당파를 위해 신분제를 공고히 했고, 그 결과로 노비는 확대되었다. 기생은 지배 계층과 대화가 통할 수 있도록 양성된 연희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기생을 관리하는 매니저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현재 무형문화재, 인간문화재로 계승되어 온 공장과 광대, 그리고 전통문화 유산인 무속신앙과 장례 등을 주례하는 무당과 상여꾼들에 대한 기록도 흥미롭다. 팔천중에 노비와 기생은 양반들과 같은 경계 안에서 생활했는데, 양반들이 그들을 대하는 모순된 시각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계 밖의 천민인 무당, 승려, 광대, 상여꾼, 공장, 백정 등은 부조리한 제도속에서도 그들 나름의 생활상을 잘 영위하고 있었다.
낯선 용어들이 부지기수여서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역사속에 나타난 천민에 대한 기록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성리학을 이념으로 한 조선시대가 극심한 신분제 사회이었고, 천민들의 희생과 기여속에 양반사회가 유지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피지배층으로서 천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서 저자는 인간적이지 못한 기득권층에 대한 비난을 내보이고 있다. 저자의 이런 시각은 "나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부제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팔천에 속하던 하층민들이 담당했던 일들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누군가가 집행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신분제는 폐지되었지만 인간적이지 못한 차별과 착취는 아직도 우리 생활과 문화속에 남아있음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직급과 학벌 등으로 차별이 느껴지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또한 다문화 가정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횡행하고 있다. 따라서 팔천(八賤)은 역사기록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특이한 계층으로 볼 것이 아니라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조선시대와 같은 편견과 차별이 남아있음을 깨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곧 기득권층이면서 소외계층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달고 비인간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차별과 편견을 제거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였다.
머리말 -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
프롤로그 - 인간의 조건
노비도 백성이다 / 팔천의 빛과 그림자
나도 사람이 되고 싶다 – 노비
불운한 천재 송익필의 인간만사 / 미암 유희춘의 얼녀 면천기 / 천민의 최상위 계층, 공노비 / 짐승보다 못한 운명, 사노비 / 노비들의 꿈, 면천 / 도망친 노비를 잡아들여라 / 노비들의 형벌과 저항 / 노비가 많아야 양반
선녀인가 매화인가 – 기생
역사의 희생양으로 남은 장녹수 / 청사靑史에 이름을 새긴 황진이 / 원화인가 수척인가 / 일패에서 유녀까지 / 고달픈 성 노예들의 영광과 좌절 / 말을 알아듣는 꽃, 해어화 / 차라리 흥청망청 / 밤의 여인들 / 기생들의 기둥서방, 왈짜패
언저리도 안 되는 것들 – 백정
박성춘과 박서양의 해방일기 / 한반도에 갇혀버린 유목민족의 후예들 / 조선의 1급 요시찰 대상 / 이색적인 한양의 백정, 반촌 사람들 / 극단적인 백정 차별 / 백정들의 피눈물을 씻어다오
신나게 한번 놀아보세 – 광대
왕의 남자 공길 / 노는 물이 달라 / 유랑연예인의 시조 사당패 / 그래도 우리는 논다
자유를 대가로 차별을 얻다 – 공장
조선 최고의 장인, 장영실 / 조선의 기술 공무원, 공장 / 관장에서 사장으로 / 백자의 신기원을 연 분원 사기장 / 기술 분업의 집대성, 조총장 / 위정자들이여, 장인에게 배워라
병든 영혼을 해방시켜라 – 무당
토속신앙 무속의 사제들 / 영광에서 나락으로 / 음사의 주인공으로 낙인찍히다 / 신과 인간의 메신저 / 신명나게 놀아보자 / 만신, 신과 소통하는 강신무 / 단골, 굿을 예술로 승화시킨 세습무
조선은 유교의 나라다 – 승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조선의 아침, 불교의 황혼 / 조선에 불교는 필요 없다 / 누가 나의 외로움을 달래 주리오 / 내 죄를 씻는 길은 불교뿐 / 《경국대전》의 덫 / 선의 뿌리를 지켜라 / 호국불교의 전통을 세우다 / 승군에겐 밥도 주지 말라 / 미륵불이여 부디 현신하소서 / 문예부흥이 승려 잡는다 / 19세기 종교 탄압의 와중에서
망각의 강으로 인도하라 – 상여꾼
청산 가네 청산 가네 / 상여와 영여 / 이 집이 뉘 집 경사인고 / 상여꾼의 본적, 향도계 / 지배층의 꼼수, 향약 / 우리나라 상례 변천사
우리도 노예였다 - 신량역천 · 궁녀
세계의 천민 - 인도의 달리트 · 일본의 부라쿠민 · 유럽의 집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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