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이야기

김훈 장편소설 '공무도하' 를 읽고

산들행 2012. 8. 25. 13:06

 

공무도하를 읽고

 

 

장편소설

김훈 지음

출판사 : 문학동네

페이지수 328

 

사회부 기자가 해망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사건과 일상들을 취재하면서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그리고 희망을 건조하고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창야의 홍수피해에서 시작하여 해망이라는 바닷가 마을과 연계가 있는 인물을 취재하는 문정수 기자의 취재수첩을 들여다보는 듯한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있다. 단편적으로 적어놓은 취재 내용들을 들추어 보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독자 스스로 종합하여 해석해야 한다.

 

사회부 기자 문정수의 취재활동에서 기자들의 이면을 엿볼 수 있었고, 출판사 일을 하는 노목희의 사랑과 성공도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운동권에 속하여 사회정의를 외치던 장철수란 남자의 이야기에서 변절에 대한 변명은 없고 현실을 도피한 듯한 일상이 전개되고 있다. 신장이식을 위한 큰돈이 필요하여 법을 일탈해 버린 소방수 박옥출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속물로 변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방천석의 보상금에 대한 대응방식에서 속물적 처세가 마음에 걸렸다. 이 많은 이야기들은 "인간은 원래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럽다"는 것을 구차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중에서 장철수, 베트남 여인 후에 그리고 오금자의 이야기에서 과거를 벗어나 현실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배경은 구차하였지만 현실을 말없이 온 몸으로 살아가는 듯하였다.

 

공무도하라는 도서의 표지에 적혀있듯이 강 건넌 유체이탈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강 이쪽에서 현실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과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들려주고 있었다.

 

쓴 기사보다 안 쓴 기사가 더 진실이라는 말처럼 취재수첩에나 적혀있을 법한 다양한 이야기를 무감각하게 나열하고 있다. 신문의 사건사고와 일상의 가십거리를 두서없이 나열한 미완의 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사회부 기자가 들려주는 취재환경에서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의 행동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나의 과거와 일상을 작가적 필체로 써 놓았다면 바로 속물적 인간으로서 비루하고 구차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정의를 외치던 학창시절과 지금의 나의 모습에서 장철수의 변절을, 일확천금을 꿈꾸는 망상에서 박옥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문정수처럼 나는 주위 사람을 따뜻함이 없이 무감각하게 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일상과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속물적 인간의 당면문제를 깨달고 구차하지 않게 살아갈 성찰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