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이야기

다슬기에 관한 이야기 두 꼭지

산들행 2012. 8. 26. 08:17

 "무주서 다슬기 잡던 여성 2명 숨졌다는 뉴스가 떴다."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며 다슬기 하니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이 글을 진행한다.

 

보은은 속리산을 비롯한 산과 산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어

"충북의 알프스"라고 부르는 43.9km의 종주 산행코스가 있다.

또한 산 깊고 물 맑은 곳이라 여름이면 계곡놀이하기에 좋은 곳이 많다.

 

구병마을과 삼가리 저수지쪽으로 만수동 또는 만수리 계곡이 있다.

 98년 7월 22일 오후부터 내린 비는 밤새 내려 350여㎜의 폭우가 쏟아져 내렸고

이때 이곳은 철저히 파괴되었다. 자연의 노여움과 재해는 무서운 것이다.

계곡을 따라 도로가 있는데 그 도로가 다 유실되었다.

그리고 새로 지은 집도 쓸려갔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데 수해 복구작업이 완료되더니 그 많던 크나큰 돌덩어리들이 싸그리 없어졌다.

이런 베러먹을 넘들이 있나? 

그때부터 이 계곡은 멋이 없어졌다.

 

본론인 다슬기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보은은 처가가 있는 곳으로 여름이면 가족끼리 계곡놀이를 간다.

계곡엔 다슬기가 살고 있다.

계곡에선 한민족 몸속 깊이 알알이 박혀있는 수렵본능과 나물채취 유전자가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특히 힘든 시절을 살았던 어른들은 주체를 못할 정도이다.

장모님 이하 줄줄이 물속을 들여다보며 한민족유전자를 꺼내어 밝히고 있다.

더운데 물속에서 몸을 당그고 쉬는 것이 가장 좋을텐데......

하여튼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장모님 보이는 곳에서 나도 물속을 들여다 보며 다슬기 잡기에 열중한다.

다슬기 잡기는 집요한 집중이 필요하다.

눈에 불을 켜고 물속을 뚫어지게 처다보며 휘젖고 다녀야 한다.

수영 못하니 목숨줄을 잘 간직하고 살궁리부터 하면서 조심조심 다녀야 한다.

그리고 많이 잡아야 한다.

그래야 우엉에 다슬기국이라도 먹을수 있는 것이다.

이 날은 처음이라서 다슬기 잡기에 열중했지만 다시는 다슬기를 잡지 않는다.

왜냐고??

허리가~~~ 허리가~~~ 아주 많이 아파야만 잡을수 있는 것이 다슬기 이다.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참아가며 잡았지만 다슬기 잡으러 가자고 하면 다시는 따라 나서지 않는다.

허리가 아프다. 그것도 엄청 아프다.

다슬기국을 안먹는 것이 더 신상에 이롭다.

지금도 다슬기만 생각하면 허리가 아파온다. 

다슬기국을 안먹고 말지!!!!

 

두번째는 옆지기가 가끔 다슬기국 타령을 했다는데 있다.

특히 임신했을 때는 다슬기 이야기만 나오면 계곡으로 가서 다슬기를 잡아야만 했다.

허리가~~~ 허리가 아팠지만 참아가며 잡았다.

애휴~~~ 상상만 해도 허리 아포~~~~~~~~

열심히 잡으니 먹을만큼은 된다.

이제부터는 옆지기의 일이다.

다슬기를 깨끗이 씻어 된장국물에 푹푹 끓인다.

그런데 티브이 보는 나에게 다슬기를 내밀더니 졸립다면서 들어가 잔다.

내일 다슬기국 먹어야 한다고... 먹고 싶다고 하면서....

잉?

그날 나는 밤새 다슬기를 까내야만 했다.

이쑤시개를 동원해서 하나하나 쑤시고 끄집어내야만 했다.

먹고 싶다는데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다슬기 잡느라 아파진 허리와 피곤한 몸으로 휴식이 필요했지만

졸린 눈을 참아가며 밤새 다슬기를 손질해야만 했다.

다 하니 새벽 세시다.

아고고고.....

내가 다시는 다슬기를 안 먹는다.

허리 아프고 목아지도 아프며 잠도 못자고 이게 먼 중노동인가!!!!!

꼭 다슬기를 먹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