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이야기

부인과 애인은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산들행 2012. 8. 26. 08:25

부인을 애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총각시절이었으니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고, 자가용이 보편화되기 전이었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직원이 있었는데, 이 형님은 첫사랑이었던 고향 동창 친구와 일찍이 결혼했고, 천안에서 대전으로 버스 출퇴근했다. 외모로 볼 때 큰 키에 흰 얼굴의 동안으로 나이가 어려 보였고 다정다감한 순딩이 유부남이었다. 친하게 지냈는데 가끔 회식이 있거나 술자리가 있게 되면 차편이 없어서 집에 갈 수가 없었고 나의 하숙집에서 빈번히 자고 갔다.

   그런데 내가 살던 하숙집에 외모가 그저 그렇고 매력도 그럭 저럭했던 아가씨가 있었다. 같이 하숙하던 처지이니 이런 저런 왕래가 있었을 것인데, 뽀족히 생각나는 기억이 없다. 대부분  직장생활 초반기에 힘들어 하여 취하여 방황하던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날 뿐이다. 하숙생활중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어느 날 우연찮게 이 아가씨와 둘이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나야 숙기라곤 없는 맹한 총각으로서 여자라면 모조건 다 긴장해야 했는데 아가씨이니 얼마나 가슴이 떨렸겠는가???. 부끄러워 말없이 밥만 열심히 퍼 먹을 뿐이다. 이 아가씨가 말을 걸기를 “ H.. 라는 사람! 애인이 있어요???.  나는 떠~듬~떠~듬~ “애인은 없는데.........” 하고 아주 천천히 대답하였다. 이 아가씨는 나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성격이 좋게 생겼다느니 착하게 생겼다느니 하면서 혼자만 얘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말 재주가 없어 딱히 할 말도 없었고, 여자라면 부끄러워 말없이 듣기만 했다. 짧은 시간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식사는 끝났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찌어찌하다가 이 형님은 집에 못가게 되어 나의 하숙집으로 왔고, 이 아가씨는 모종의 음모에 가까운 마음 씀씀이와 행동을 시작하였다. 이런 일이 서너번 계속되었다. 이 아가씨가 부담스러웠던 형님은 나의 하숙집을 기피하게 되었고 점점 뜸해지더니 다시는 오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은 그때의 일을 회상하면서 놀리는데, 사모님한테 아직도 그때의 일을 소상히 알리지 못했다.

  여기서 그 때 “애인은 없는데......”의 뒷말로 “부인은 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유부남에게 애인과 부인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조선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나는 끝까지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럼 물어봅시다. 애인과 부인은 같다고 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