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이야기

'붓다와 다윈이 만난다면'을 읽고

산들행 2013. 2. 27. 16:57

붓다와 다윈이 만난다면을 읽고

 

❈ 안성두, 우희종, 이한구, 최재천, 홍성욱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0. 12. 30

p307

 

  이 도서는 <붓다와 다윈의 만남 - 진화론과 연기론의 학술적 조명>을 주제로 열린 학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완하여 책으로 엮은 것이다. 진화론과 불교 연기론의 창발적 만남을 위해 연관성과 유사성, 차이점을 조명하였는데, 생물학의 진화론과 불교는 큰 틀에서 일맥상통성이 확인되고 있으나 대부분 표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여 근본적인 차이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질적인 두 영역의 소통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통합적 사유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인문학적 교양이 풍부한 자연과학자와 과학적 소양이 풍부한 인문학자 등 5명의 학자들이었다. 전문지식, 다양한 독서 편력과 폭넓은 교양을 바탕으로 저술된 책으로 나에게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진화론에 대한 인식의 틀을 넓혀준 도서이었다.

 

  불교학자인 안성두 교수는 교학적 입장을 바탕으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비교하고, 사회생물학의 진화론적 시각을 검토하였다. 진화론은 생명체의 자연선택을, 불교는 업을 바탕으로 변화하는데, 두 영역의 공통점은 인격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 후 불교는 생명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그 변화과정에 대하여 미흡하고, 진화론은 그 과정에 대하여 설명하지만 변화를 유도하는 자유의지에 대하여 설명하지 못하는데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생물의 변이와 진화의 발전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반유물론적인 불교와 유물론적 과학인 진화론의 지적 통섭을 주장하고 있다. 불교의 교설과 다윈주의의 유사성은 많지만 그 근본적인 차이도 존재하고, 과학과 종교가 하나로 융합할 수는 없어도 통섭할 수는 있다고 주장한다.

 

  면역학자인 우희종 교수는 도킨스와 윌슨 등의 사회생물학보다 발생진화생물학의 입장에서 진화론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 후 관계론에 의거한 현대 진화론과 불교의 연기적 진화론은 일맥 상응하면서 근본 시각을 달리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질적인 두 학문을 비교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한 삶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학자인 이한구는 생명 존재론과 불교의 생명관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있다. 진화론은 과학이론에서 출발하여 현대 철학에 엄청난 파장을 주었다. 불교의 인식론은 변증법적 사고에 기초하고 이런 변증법은 진화론적 인식론과 깊은 유사성이 있음을 주장한다.

 

  과학기술사학자인 홍성욱은 기독교와 진화론의 갈등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과학사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진화론과 관련하여 불교의 적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은 다윈 진화론의 지지자인 헉슬리라는 과학자로서 그의 이론을 검증하고, 진화론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주장과 평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 후 과학을 대하는 기독교와 불교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불교가 극복해야할 논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참으로 어려운 책이었다. 학창시절 생물학 시간에 배운 진화에 대한 짧은 지식과 짜집기식으로 알고 있는 불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 도서를 읽으려니 난해하였다. 과학적 교양과 인문학적 교양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조금이라도 이해할려고 노력하였다. 진화론은 더 폭넓고 더 깊이 발전하여 사회생물학이나 현대철학으로 많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관성과 유사성을 제시하면서 이질적인 두 영역을 넘나드는 통섭을 주장하고 있었다. 자연과학인 생물학과 불교의 만남은 철학적 논쟁을 통하여 재해석될 수 있다. 과학자는 그가 살던 시대의 종교 또는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되므로 그 철학을 바탕으로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연과학인 진화론과 종교와의 연관성을 추적할 수 있는 배경이 된 듯 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생각은 "진화는 아주 오랜 생물학적 시간속에서 서서히 변화되어 나타난 결과를 지금 인식하는 것이고, 불교는 무한하고 셀 수 없는 억겁의 시간속에 지금 실존하는 존재는 변화하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면에서 일맥상통한다"이었다. 그리고 생물학적 진화론이 이렇게 다양하게 발전하고 해석되어 여러 학제간 통섭의 수준까지 진화한 것에 매우 놀라웠다. 따라서 진화론에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인 교양이 넓히고 현대적 의미를 깨달고자 하는 분에게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 목 차 -

  들어가며 - 불교와 진화론의 창발적 만남을 위하여(우희종)

  1. 진화론과 불교가 만나는 곳과 만나지 못하는 곳은 어디인가(안성두)

  2. ‘진화론적 해탈은 가능한가 - 불교와 진화론의 지적 통섭(최재천)

  3. 불교적 진화는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우희종)

  4. 진화론은 철학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이한구)

  5. 진화론과 기독교의 역사는 불교에 무엇을 말하는가(홍성욱)

  불교용어해설(안성두)

  발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