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이야기

류시화 시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을 읽고

산들행 2013. 2. 27. 17:15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류시화 제 3시집

문학의 숲 펴냄

페이지 수 : 146

2012. 04. 28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이란 시 제목에서 느낄수 있듯이 인생과 삶에 대한 류시화 시인의 독특한 시적 감성을 공감하고 싶었다. 물론 오래전에 저자의 책인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란 도서를 읽은 기억이 있다. 인도 여행중에 겪은 이야기와 인도인의 삶의 자세에 대하여 진한 감동을 받아서 저자의 이름을 익히 알고 있는 것도 본 도서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도서를 선택하고 보니 총각 시절에 연애에 빠져 자주 뒤적이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란 시집도 류시화 시인의 것이었다. 그래서 중년이 되어버린 나에게 지난 날들을 돌아보고 저자가 들려주는 삶에 대한 시적 감성을 느끼고 싶었다.

 

저자가 서두에서 말햇듯이 여행중에 주로 시를 썼다고 말한다. 어떤 주제를 놓고 집요하게 시적인 표현을 한 것이 아니라 이억만리 타지에서 여행중 그때그때 눈에 보이고 생각난 것들을 불현듯 적어내고 있다. 그래서 복잡한 속내를 가름하기가 어려웠다. 틈틈이 시간이 날때마다 읽고 또 읽어보았다. 역시 시는 어렵고, 시적인 표현은 멋있다.

 

'소면', '반딧불이', '내가 아는 그는', '모란의 상', '오늘처럼 내손이', '첫 사랑의 강', '바르도에서 걸려 온 수신자 부담 전화', '꽃잎 하나가 날려도 봄이 줄어든다' 등의 시에서 저자의 아련한 옛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알듯 모를듯한 사랑이야기는 저자의 것이고, 나에게는 나의 것이 있다. 그래서 저자에게서 나와 비슷한 사랑이 있었음을 공감하기도 하고, 의문을 두기도 했다. 저자가 옛사랑을 그리워 한 것은 타지로 여행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고단함과 외로움이 옛사랑을 불러온 것이리라.

 

'자화상'등 몇몇의 시에서는 그가 인생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타지로 여행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모두가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세상을 떠나서 낯선 여행을 하고 있었다. '몽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둥근 돌에 기도문을 새기듯이 처절하게 인생의 깨달음을 얻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시에서도 그가 깨달음을 얻었음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절반을 방황하며 살았고 나머지를 방황하면 일생을 마감하는데 아직도 옛사랑을 그리워하고, 사물과 작은 동물들을 사랑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 관조하는 듯 그냥 시인의 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

 

'바람의 찻집에서' 타향살이 고단함속에 허무를 넘어 해탈을 얻으려는 처절함이 묻어 있었다'돌 속의 별'에서 돌의 내면과 대화를 하고, '낙타의 생'에서 사막에 길게 드리워진 혹의 그림자를 보고 불현듯 무거운 생을 사막에서 방황하고 있는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저자의 시어속에 인생은 무겁게 느껴진다. 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웠음을 알고,우리는 깨달음을 위해 삶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지금 보이는 그대로를 보지 말고 그 너머와 내면에 있는 본성과 변화를 인정할 것을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사물을 시적인 언어로 보고, 삶을 사랑으로 바라볼 것을 말하고 있다. 당나귀든 직박구리든 나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서 배움을 얻을 것을 나열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모든 것은 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것은 돌이 되고, 너의 것은 꽃이 되어 우리는 큰 순환에서 서로 감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가슴에 안고 여행하면서 고독을 이겨내고 인생의 화엄과 해탈을 얻으려는 저자의 시는 나에게 조금은 낮설다. 인생의 허무를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 깨달음을 얻었음을 억지 주장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지나온 삶과 여행중 주위의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고 관조하듯이 음조리고 있다. 아뭇것도 하지 않고 물아일체가 되어 그 본질과 감응할 것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의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삶을 관조할 것을 깨달게 하였다. 중년이 된 지금! 시를 통하여 연약한 풀, 작은 새와 벌레 그리고 달과 별을 바라보고, 큰 순환의 큰 틀에서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살아가야 할 미래는 인간 실존의 경이로움과 삶에 대한 투명한 관조로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