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이야기

성석제의 음식이야기, "칼과 황홀"을 읽고

산들행 2012. 9. 22. 09:28

 

칼과 황혼을 읽고

 

지 은 이 : 성석제

문학동네

페 이 지 : 353

 

<칼과 황홀>은 음식을 주제어로 놓고 풀어낸 삶의 이야기로서, 저자는 태어난 곳, 자라난 곳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신 음식에 관한 사연과 추억을 소상히 알 수 있도록 상식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교재에 언급된 음식점, 찻집, 술집은 서울 26, 상주 13, 기타 지역 33곳 이다. 저자의 고향은 상주이고, 생활하는 곳은 서울일 것이니 상주와 서울에 관련된 음식이야기가 많은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이외에도 독일, 중국, 칠레, 미국 등을 여행하면서 겪었던 여행 일화도 생생하게 전개되고 있다. 청어, , 멸치, 홍어찜 등 바닷가 특산물에 관한 이야기에서 풍부한 상식을 들려주고, 소흥주, 막걸리, 모주 등 술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저자가 품격 있는 술꾼임을 알 수 있었다. 도토리무덤, 배추전, 울릉도 약초, 동파육 등에 관한 이야기에서 다양한 경험과 상식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음식과 관련된 추억을 풀어가기 위해서 시문과 역사이야기도 켜켜이 곁들여져 삶과 연결된 상식들을 들려주고 있다.

 

학창시절 아침밥을 먹지 않는 저자에게 어머니가 해준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에미가 다섯 시에 일어나서 해놓은 밥을 안 먹고 가는 아들놈이 공부는 해서 뭐 할 것이며, 학교는 뭐 하러 다니느냐. 때려치워라." 이렇듯 우리가 날마다 먹는 음식은 누군가의 정성을 먹는 것이다. 음식재료가 되는 농산물은 농부들의 땀이 스며있는 것이다. 음식이 만들어 지는 과정은 문화가 깃들여 있는 것이다. 무엇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무엇을 먹고 마신다는 것은 생의 축복인 것이다. 그러니 음식에 관련된 추억과 문화에 감사히 여길 일이다.

 

단순한 맛의 기행이지만 저자는 여러 가지 일화를 엮어서 이야기를 매끄럽고 풍부하게 풀어내고 있다. 특별한 음식에 관한 것이 아니고, 살면서 누구나가 흔히 공감할 만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좀 더 상식적이고 철학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그래서 음식과 관련된 저자의 삶의 기억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생명의 유지는 결국 음식으로 영위하는 것이다. 누구나가 음식에 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평범하지만 음식에 관한 추억들이 기억 저편에 쌓여있다. 언뜻 한밤중에 복숭아를 몰래 꺼내 먹었던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설탕물에 밥을 말아 먹기도 했다. 누구나가 살면서 겪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저자와 같은 필체로 풀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날마다 먹는 음식을 남모르는 이들의 정성으로 알아 감사하고, 그 음식에 관한 상식적인 이야기를 좀 더 공부할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