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글 들

농바우끄시기와 기우제

산들행 2014. 9. 3. 17:32

기우제는 오래도록 한발이 지속되어 농사에 지장이 초래되었을 때 비를 기원할 목적으로 거행되는 각종 의례를 일컫는다. 기우제는 농경의 시작과 더불어 그 기원을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예로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옛 부여의 풍속에 날씨가 순조롭지 않아 오곡이 여물지 않으면 그 허물을 왕에게 돌려 왕을 마땅히 바꾸거나 혹은 죽여야 한다.”라는 기록은 기우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잘 말해준다.

 

금강 상류의 농바우끄시기는 농바우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여성 기우제이다. 오래도록 비가 오지 않으면 부녀자들이 동아줄을 꼬아 농바위에 걸고 줄다리기를 하듯 끌어내리는 흉내를 하는 것이다. 곧 농바우끄시기는 천지개벽을 도모함으로써 이를 보고 놀란 하늘에서 비를 줄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이 농바위는 바위로 된 단단한 장농으로 농바우 안에 장수의 갑옷이 들어 있고, 이 바위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면 천지가 개벽한다고 한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빈병에 강물을 담아 주둥이에 솔가지를 꽂아 대문에 물병을 거꾸로 매달아 놓는다(물병매기).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일종의 유감주술이다. 별다른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농바우끄시기가 진행된다. 농바우를 끄시는 방식은 왼새끼를 꼬아 만든 동아줄(용줄꼬기)을 농바위에 걸고(용줄매기) 제를 지낸다(기우제). 농바우끄시기()는 양쪽 줄을 동시에 당기지 않고 어느 한쪽이 끌면 다른 쪽은 쉬어 가며 서로 엇갈리는 방식으로 줄을 당긴다. 농바우끄시기 놀이로 날궂이를 하고 나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는 예언이 나오면 부인네들은 크고 작은 돌을 날라다 보를 막는다(개막기). 물이 고이면 우리 동네 처녀들이 날이 가물어서 빨래를 못해 시집을 못 가니 오늘내루 비를 좀 내려 주시오.”라고 간곡히 호소를 한다. 날궂이()를 할 때는 모든 아낙네들이 벌거벗거나 고쟁이만 걸치고 물속에 들어가서 갯여울이 떠나가도록 물장난을 치며 춤을 추며 논다. 혹은 더러운 고쟁이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강물에 속옷을 빨면서 온갖 괴상망측한 행동을 하는가 하면 더러는 물속에 오줌을 눕기도 한다. 강물을 더럽혀야 하늘에서 비를 내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를 염원하는 유감주술이다. 아낙네들이 바가지를 가지고 서로 머리에 물을 부으면서 비 맞아라. 비요! 비요! 이 비를 맞고 목깡이나 하거라.”라고 실제 소낙비를 맞는 흉내를 낸다. 또한 키에 물을 담아 마을을 향해 까부르며 비를 내리는 시늉을 한다.

 

이렇게 농바우를 끄시고 날궂이를 한 뒤에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대늪치기를 했다. 대늪치기는 온갖 욕설을 퍼부어대며 용의 거처인 대늪에 돌을 던지고 용머리에 불을 놓는 것으로 용의 신체를 훼손해서라도 비를 강요하는 극단적인 처방이다. 농바우끄시기는 천지개벽을 핵심으로 하는 위협기우의 주술적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즉 위협기우는 비를 관장한다고 생각되는 절대적인 존재, 즉 수신()이나 천신을 압박하여 비를 강권하는 파격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농바우끄시기와 대늪치기를 마친 뒤에 행해지는 날궂이는 오염기우에서 흔히 연출되는 기우주술의 특징이다. 즉 오염기우는 용신, 천신, 산신의 거처로 인식되는 신성한 공간을 더럽혀 신의 노여움을 사면 비를 내려줄 것이라는 득죄함우(得罪含雨)의 형태로 나타난다. 농바우끄시기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들이 알몸으로 들어가서 강물을 오염시키거나 속곳과 고쟁이를 빨고 방뇨하거나 물장난을 치며 노는 행위는 수신을 진노케 함으로서 비를 뿌려줄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가뭄시의 줄다리기는 그 형상이 암수의 용이 교구(사귈 교 화친할 구)하는 것으로, 비를 뿌리는 용이 음양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비를 내려줄 것이라고 믿는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때 줄다리기를 하기 전에 간단한 기우제를 지내거나 무당이 암수의 교합점에 물을 뿌리며 비를 비는 주문을 외우기도 한다. 따라서 부녀자들이 동아줄을 당기는 행위는 곧 두 마리 용의 교접을 통한 기우주술의 의미가 내재된 것으로 풀이된다.

 

 

 

- 금산 농바우끄시기

- 글 강성복

- 발행 : 충청남도 역사문화연구원

- 출판 : 민속원

- 초판 1쇄 발행 201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