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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사냥과 축제 그리고 과식

산들행 2014. 8. 17. 22:21

수렵시대에는 과식하는 것이 소식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수렵채집 시대에는 식량공급이 일정하지 않아 많이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는 편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큰 두뇌를 지닌 인류의 조상들은 매우 큰 동물을 사냥하는 능력에 의존해 생존하고 번성했다. 당시에는 식품저장 기술이 없어 사냥꾼들은 많은 고기를 단기간에 먹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그래서 가족과 집단 구성원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었을 것이다. 이것이 공동체에 기반을 두고 대량의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의식, 즉 축제로 발전했다.

 

고고학자 마틴 존스(Martin Jones)는 축제의 기원을 거대한 동물을 사냥한 뒤에 벌어지는 고기 분배 과정으로 보았다. 농경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냥한 고기를 나누어 먹는 의식은 밭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나누어 먹는 의식으로 바뀌었고, 이후 축제는 세계 각지 문화권에서 공동체의 문화 정체성과 결속을 확립하고 유지하는 핵심적 공동체 활동이 되었다.

 

인류는 축제를 통해 한 가족이라는 느낌과 문화적 유대감 뿐 만 아니라 영양학적, 심리학적 보상을 얻는다. 축제에서는 의레 포만감을 느끼는 섭취량보다 20퍼센트 많이 먹는다. 수백만 년 전부터 내려온 축제의 경험을 통해 인류는 배부르게 먹는 경험을 사회적 결속감과 연결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게 되었다.

 

매일 특정한 상황에서 함께 식사하는 일은 오늘날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규정하게 하는 복잡한 형태의 일부다. 때때로 과식하는 것도 어쩌면 이러한 복잡한 행태의 일부일 수도 있다.

 

- 미각의 지배

- 존 앨런 지음/ 윤태경 지음

- 펴낸곳 미디어월

- 초판 1쇄 발행 2013년 01월 15일

- p12ㅣ ~ 123

미각의 지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