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병아리들은 태어나서 숨을 거둘 때까지 맨땅을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하고, 좁쌀이나 풀 같은 자연식품은 단 한입도 맛보지 못한다. 껍질 깨고 나온 지 3개월이 되면 어른 닭이 사는 곳으로 장소를 옮기고, 그로부터 한 달 이후에는 밥값과 약값을 하게 된다.
알을 낳기 시작하고 반년이 지나면 산란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틀에 하나, 사흘에 한 알..... 사료값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는 것이다. 이때 사료 공급을 중단해 버린다. 딱 열흘을 굶긴다. 그러면 '죽을 지경'이 된 닭들의 털이 거의 다 빠져서 흉측한 몰골이 되는데 양계업자들은 이런 과정을 '강제환우', 즉 인위적인 털갈이를 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 잔혹한 일을 저지르는가. 닭들에게 다시 한번 생산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열흘째 되는 날 다시 중병아리용 사료가 공급된다. 그렇게 스무 날쯤 지나면 예전보다 더 큰 달걀을 쑥쑥 뽑아낸다. 그리고 이런 산란은 반년이나 더 지속된다.
그 부가가치가 끝나는 날, 산란계는 드디어 폐계닭이 된다. 털은 반쯤 빠진 상태 그대로 트럭에 실려서 난생 처음 해 보는 나들이가, 저들 생애의 최종 목적지, 죽으러 가는 것이다.
그 동안 산란계 닭들은 마리당 약 5백 개가 넘는 알을 낳았고, 마지막 서비스로 자신의 온몸을 바치는 것이다.
- 나를 살리는 숲, 숲으로 가자 - 윤동혁 지음 - 펴낸곳 기획출판 거름 - 1판 1쇄 펴낸날 2006년 8월 10일 - P142 ~ 143 - 값14,5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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